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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2/11/13 귀국
  2. 2002/10/26 여행 8
  3. 2002/10/25 여행 7
  4. 2002/10/11 리얼버전 처녀들의 저녁식사

귀국

2002/11/13 03:09 from 분류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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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돌아와보니, 하룻밤 꿈을 꾸고 깨어난 것 같다.
뉴욕의 거리, 특유의 칼라톤, 스치는 사람들의 냄새, 눈길들..
3주 동안의 여행이었는데 집앞에 도착하니까 모두 꿈이었던 거 같다.
익숙한 동네, 다시 보는 얼굴들.. 다시 반복되는 생활의 틀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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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란 곳.. 눈으로 다 보긴 했지만 어떤 곳이었다.. 라고 정리하기가 힘들다.
옛것과 최신의 것이 뒤섞이고, 부자와 홈리스가 같은 거리에 살고, 온갖 종류의 문화가 공존하는.
좋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살고싶다라고 말하기에도 그렇지만
뉴욕, 그 곳이 있더라.. 정도의 느낌인거 같다.
매일매일 숨가쁘게 돌아가고 생활을 걱정하고 일상의 틀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자기가 원하는 것을 즐기고 누리는 대신 불어난 책임을 맡는 사람들.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기를 싫어하고 혼자 자유롭게 살지만 외로운 사람들.
누군가 희한한 짓을 해도 이상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재밌어 하고 같이 놀아보려는 사람들.
뭐 그런 이미지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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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탐험하듯 돌아다니던 맨하탄 시내, 공원, 박물관과 갤러리들, 크고 작은 가게들, 별의별 물건들,
칙칙한 지하철, 다양한 사람들... 한컷 한컷 떠오른다.
두고온 내 친구. 혼자 각박한 생활에 헉헉 대면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내 친구.
그녀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우리 또 언제 만나지..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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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8

2002/10/26 03:09 from 분류없음

10월 26일
맨하탄으로 나가는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너무 졸려서 창가에 앉아서 정신없이 잤다.
중간에 라틴계 남자가 옆에 앉는 것을 어렴풋이 보고 계속 자는데,
깰 때마다 이 남자가 옆에서 쳐다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만약 무슨 일이 있을 때 해줄 욕들을 생각해두고 다시 잠들었던 거 같다.
맨하탄에 다 도착해서, 벗어뒀던 자켓을 입으려고 주섬주섬 하면서
잠결에 자켓에 팔을 못 넣고 버둥대니까 그 남자가 옆에서 보고있다가 자켓을 입혀줬다.
학.. 순간 얼마나 당황했던지 잠이 홀딱 깨면서.. 고맙다고 했다.
남자는 자켓을 입혀준 후로도 계속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눈치였고,
뒤에서부터 내리려고 나오는 버스 승객들의 줄을 중간에 끊어서 내가 나갈 수 있게 해줬다.
고맙긴 하지만 왠지 부담스럽고 이상한 인간이면 어쩌지 싶은 생각에
애써 눈을 안 마주치려고 하면서 빠른 걸음으로 터미널로 들어갔다.
남자가 인사라도 하려는 듯이 쫒아오는데 열라 빠른 걸음으로 약속장소인 편의점으로 가서
태연이를 만났다. 왠지 그럴 필요까진 없었는데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태연이와 5번가 백화점에 가서 키엘 스킨과 MAC 립라커를 사고,
화장품 사러 온 멋진 오빠커플들을 구경하고, 옷 구경을 했는데 너무 비쌌다.
삭스피프스, 바니스 뉴욕 백화점을 보고 몇몇 브랜드 매장을 들어가 봤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사지는 못했다.
'사이공 그릴'에 가서 탕수 생선 튀김과 쌀국수를 먹었는데 싸고 굉장히 맛있었다.
사이공 그릴은 베트남 음식점이지만 중국인이 주인이란다.

태연이 일하는 바에 들렀더니 수진언니가 'H&M'에 물건이 많이 들어온 날이라
건질 것이 많을 거라며 가보라고 한다.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예쁘다 싶으면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사려던 옷들을 사지 못했던 우리는 와~~ 하고 당장 달려 나갔다.
9시에 문을 닫는데 나온 시각이 8시여서 쇼핑할 시간은 1시간 밖에 없었다.
그때 그때 유행에 맞는 저가의 옷을 살 수 있는 'H&M'은
왕창 사서 싸게싸게 입고 새로운 것을 사는 스타일의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신나게 쇼핑을 하고 이따만한 쇼핑백을 들고 나오니 왠지 후련했다.
신난 우리는 내가 이럴려고 돈 벌었지 하고 둘이 낄낄거렸다.
바람이 쌩쌩 불어 추운 밤이었는데 길거리를 뛰어다니며 담배를 피는 것도
여기서만 할 수 있는 거니까 하고 담배불을 붙이며 태연이랑 웃었다.

집에 와서 엄마한테 전화를 했는데, 내 토끼 잘 있냐고 물으니 잘 있다고 대답하는 소리가 이상해서
오빠한테 다시 물어보니 엄마가 토요일마다 집 앞에 오는 토끼 장수한테 줬다고 한다.
그 아저씨가 안그래도 새끼 뺄 수놈이 필요했는데 참 예쁘다고 하면서 가져갔단다.
그동안 중성화 수술을 해줘야 하는 걸 토끼값이 1만원인데 수술비가 8만원이어서 망설이며 못해줬는데,
짜식.. 결국 그 토끼장수네 종토로 가는 구나. 씨.. 너무 엄마가 미워서 전화를 끊었다.
내가 여행만 오면 이때다 하며 꼭 키우던 동물을 누구 줘버린다.
집에 가도 그리운 그 놈이 없을거라는 생각을 하니 너무 마음이 허전해서 눈물이 나왔다.
침대에 누워서 영숙씨~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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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7

2002/10/25 03:09 from 분류없음

10월 25일
일하러 가야 하는 태연이가 몸이 안좋다고 쉬었다.
효진이도 늦게까지 숙제하더니.. 결국 늦잠으로 수업을 빼먹고..
계속 식탁에 앉아서 셋이 몇시간 째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갑자기 효진이가 문을 보더니 으으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젠장 안그래도 아직 링의 그림자에서 못 벗어났는데 덩달아 놀래서 보니
그릭 집주인이 우뚝 서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듯 하이 하고 인사를 하고선
무슨 문제는 없는지 물어봤다. 사실 2주 전쯤 밤에 도둑이 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창문에 알람도 설치할 겸 그 밖에 이상이 있는지 살펴보러 온 것이었다.
우리는 여자들이 쓰는 화장실 세면대가 막힌다는 얘기를 하고, 집주인 아저씨는
도둑이 들었을 때의 상황을 더 자세히 듣고 싶어했다.

도둑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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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 들었던 날 저녁에 태연이는 방에서 자고 있었고, 효진이는 거실에서 숙제를 하고,
옴리도 자기 방에서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으며 숙제를 하고 있었다. (사실 옴리는 귀가 안좋아서
한쪽에 보청기를 끼는데, 그래서 옴리한테 말을 할 때는 조금 크게 얘기를 해야했다. 옴리랑 효진이랑
둘이 얘기를 하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저것들이 싸우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효진이는 크게 얘기를 해준다.)
효진이가 숙제를 하다가 전화가 와서 태연이를 깨우러 방으로 가는 사이에
도둑은 여자 화장실 창문을 넘어와 문이 열린 태연이 방안으로 들어갔다.

효진이가 태연이를 깨우러 방에 들어가서 '언니~'하고 불렀을 때 침대에 걸터앉아있던 도둑이 화들짝 일어나
문앞에 있는 효진이를 밀치고 다시 화장실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고,
자다가 갑자기 눈앞에서 검은 물체가 확 일어나는 걸 본 태연이가 소리를 지르고,
도둑에게 놀란 효진이가 역시 소리를 지르면서 저걸 잡아야 한다고 주위에 도둑을 때릴만한 물건을 찾았다.
태연이도 역시 무서워 하면서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효진이랑 둘이 우왕좌왕하며 방을 뒤지는데
효진이가 손에 잡히는 대로 안마기를 들고 나가려고 하길래 '너 도둑 안마해 줄 일 있냐' 하면서 정신을 차리게 했다.
둘이 부들부들 떨면서 소리를 지르며 화장실로 갔고 그때서야 뭔가 눈치를 챈 옴리가 'WHAT~!!' 하면서 방에서 나왔다고 한다.
(옴리의 방문은 열려있었지만, 그는 노래소리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숙제를 하고 있었다.)
효진이가 옴리에게 도둑이 들었다고 하자 집안에 하나뿐인 남자.. 옴리가 자기가 먼저 살펴보겠다고 화장실앞 벽에 붙어서
'Hey!..' 하고 부르며 고개를 내밀고 화장실 안을 보니 가니까 이미 도둑은 열린 창문으로 도망간 후였다.

셋이서 진정을 하고 경찰에 신고를 하니, 경찰들이 와서 집안을 살펴보고 사건 경위와 인상착의를 물었다.
그래서 효진이가 마른 체격에 옷은 불이 꺼져있어서 잘 못 보고 cap을 썼다고 말해줬다.
얼마후 경찰에서 용의자를 잡았으니, 와서 확인해 달라고 연락이 와서 갔더니
용의자들을 세워놓고 이쪽 편에서만 보이는 창 앞에서 확인을 하고 누군지 말해달라고 했단다.
그래서 떨리는 마음으로 용의자들을 보니, 왠 뚱뚱한 남자에서 흑인 백인.. 다양한 사람들을 붙잡아 놨단다.
효진이가 말랐다고 하지 않았냐. 그리고 cap을 썼다고 했는데 저 사람들 다 어떻게 잡은 사람들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경찰이 cab이 아니고 cap이었냐면서.. 자기네는 택시타고 지나는 놈들은 다 잡아놨는데.. 라고 하더란다.
괜한 용의자들을 풀어주고 도둑은 못 잡았지만 그 이후로 태연이네는 문도 열지 않고 블라인드도 꼭꼭 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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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집주인에게 도둑이 들었던 얘기를 다 하고, 알람을 설치하러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저녁을 어디서 먹을까 맨하탄으로 나갈까 고민하다가 뉴저지에서도 유명한 이탈리안 식당이 있다길래
집 근처 tomato라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굉장히 작은 집인데 사람들이 빽빽하게 줄을 서서 기다린다.
안에서는 마늘과 각종 이탈리안 향신료의 향이 가득하고, 먹는 사람들은 느긋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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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트리스들과 손님들이 아주 잘 아는 친한 사이인 듯 스스럼없이 수다를 떨고 안부인사를 한다.
우리차례가 되어서 먼저 제공되는 마늘빵을 실컷 먹고, 크림소스 파스타, 치킨요리와 시저 샐러드를 시켰다.
샐러드에 엔쵸비가 있어서 맛봤다. 멸치젓 같았다.

먹는 중에 주방에 있던 땅딸막한 아저씨가 앞치마를 두르고 나와서 손님들과 인사를 하다가 꼬마애들한테
마술을 보여주며 장난을 친다. 처음엔 고양이 소리가 나는 장난감을 손에 숨겨 놀리더니
종이 봉투 하나를 가져와서 오른손에 들고 왼속으로 공을 공중에 던지는 시늉을 하고 봉투를 든 오른손에
가지고 있던 공을 떨어뜨려 받은 것처럼 시늉을 하여 아이들의 입을 벌어지게 한다.
아무리 어렵게 던져도 다 받아내니 신기해하며.. 사람들도 보면서 재밌게 웃는다.
뒤쪽 테이블의 할아버지 손님이 접시를 바닥에 떨어뜨려 요란한 소리가 났다.
접시 소리가 나자 순간 가게 안이 온통 조용~~해졌다. 그때 직원들이 일제히 박수와 환호성을 지르며
장난을 치자 할아버지도 덜 미안해 하고 오히려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
그 할아버지도 웃으면서 한번 더 해볼까 하며 농담을 하고 같이 앉아있던 할머니도 긴장했다가 좋아하며 활짝 웃는다.

맛있게 먹고 나와서 길 앞에서 사진을 몇 장 찍는데 어떤 아저씨가 지나가며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셀프사진을 찍는 걸 구경 하고 기분좋게 웃었다.
커피를 마시러 빵집에 갔다가 비가 부슬부슬 오는데 노래방에 가서 놀았다.
노래방에서 신나게 2시간 놀았는데 70불이나 나왔다.
나오니 비가 많이 오고 있었고 주차장으로 뛰어가니 차에 딱지가 붙어있었다.
shopper short time parking이란 것만 봤는데 24시간 코인을 넣어야 했던 주차장이었다.
옆에 차안에 있던 흑인 여경찰에게 물으니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딱딱하고 쌀쌀맞게 얘기한다.
이것만 아니었으면 정말 재밌게 마감할 수 있는 하루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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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의 여자친구들이 결혼한 동창집에 모였다.
오랜시간 연애도 하고, 남자친구도 있는 여자들이 다시 혼란스러워 한다.
스무살 대학 신입생때의 같은 고민을, 그때는 '아~ 이제 알겠다!'라고 했던 고민이
경험과 세월.. 그 후에 다시 다른 양상을 띄며 부상한 것이다.
과연 사랑이 뭐냐...

죽고 못살던 그 남자애, 늘 붙어다니고 집안끼리 알고 지낸지도 벌써 몇 해 째인데
이제 다시 고민이 된다는 거지.
난 얘 사랑하지 않는 거 같애.
그럼 예전에는 사랑했었던 거 같애?
그 기억도 가물가물해. 과연 그랬던 건지. 그냥 같이 있는 게 너무 좋았던 건 생각나는데..
지금은 아니다. 그럼?
걔랑은 결혼 못할거 같애. 안하고 싶어.

리얼버전 처녀들의 저녁식사라도 된양,
속으로 생각한다.
나는.. 나두.. 나라면..
그의 현실이 나의 현실이 되는 게 두렵고,
난 이대로가 좋은데, 피곤하기 싫은데..
떨쳐일어나지 못하고 침대속으로만 파고드는 아침처럼
조금 더 부비적대고 싶은지도.

출구가 어디일까.
출구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발길 닿는 곳, 해마다 등장하는 새로운 고민들.
이 길이 맞는 줄 알았는데 문득 잘못 들어선 듯 하고...
진을 빼는 고민들은 아주 조금만 하고 생산적인 것에 심신을 쓰며
건강하게 마구 내달리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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