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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도공간 2003/06/06
  2.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 2003/05/23
  3. 강추! 영화 '그녀에게' 2003/05/01

이도공간

from 분류없음 2003/06/06 01:07

회사 사람들이랑 수요일마다 스터디를 합니다.
늦으면 벌금, 안와도 벌금, 과제를 안해도 벌금..
그렇게 모인 벌금으로 영화 보기 번개를 했죠.

니모를 찾아서와 이도공간 중에 이도공간으로 결정이 되어서 오늘 저녁 보고 왔습니다.
영화관으로 들어가기 전에 여자 몇명이 유인물을 나눠주며
영화 끝나고 스탠딩 오베이션을 해달라고 얘가하더군요.
장국영을 추모하기 위한 기립 박수를 부탁하는 그녀들은 장국영 팬클럽에서 나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극장 안에서도 장국영 팬클럽 회원들이 군데 군데 심어져 있더군요.

영화는.. 썩.. 그리. 뭐.. 그랬습니다.
장국영을 보고, 그의 연기가 어땠는지 다시 생각이 나고.. 하지만 장국영도 나이가 들었구나 생각도 했지요.
저렇게 열연을 하고 있는 추억의 배우가 정말 과거 속의 인물이 되어버렸구나.

음, 영화 얘기를 하면 공포영화인데 아주 사운드 때문에 깜짝 깜짝 놀랍니다.
근데 분장이나 여자애 소리가 너무 분위기를 깨서 그 공포감이 뚝 떨어졌지요.
처음에는 좀 무섭습니다. 아주 그럴 듯 해요.
보러 가고 싶으신 분도 있을 것 같지만, 그냥 얘기해 버린다면
관절염 걸린 귀신이 나오구요. 황조가의 한 장면도 연출됩니다.

저는 공포영화에서 하도 당해서..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있어서 그리 놀란 편은 아닌데,
정말 심하게 놀라시는 분들은 소리도 지르고, 고개를 떨구기도 하고, 막 의자 위로 올라가기도 하더라구요.

영화 끝나고 나오는데 보니까 팬클럽 회원분들은 일어나서 기립 박수를 치면서
막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우시더라구요.
얼만큼의 그리움이었을까.
장국영...

정말 오랜 만에 일찍, 7시 반쯤 퇴근을 했다.
저물녘이지만 이 정도면 밝고 좋아.. 거리를 지나 버스를 탔다.

뒤에서 두번째 자리에 앉아서 가는데 뒷 자리에 앉은 남자 둘이서 하는 얘기가 들렸다.
언뜻 'tommorow..' 어쩌구 하는 짧은 영어가 들렸는데, 한 남자는 미국 생활을 오래 했거나 교포인 듯 한 발음. 다른 남자는 평범한 한국 사람인 것 같았다.
둘은 영화를 찍는 일을 하나 보다.
내일 촬영은 어쩌고, 오늘은 캠을 드느라 어깨가 아팠다. 오프닝이랑 엔딩을 무지하게 길게 만들자. 100부터 카운팅하면 어때, 좋은 생각이지?.. 하는 얘기를 주고 받았다.

미국발음이 섞인 남자가 '근데 너 영화는 어떤 거야? 첫 장면 부터 끝에까지 얘기해봐'하자 한국토종발음이 얘기했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어떤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가. 버튼을 막 눌러. 인터뷰가 있는데 늦은 거야. 그래서 막 정장 입었는데 넥타이 매면서 엘리베이터 기다려. 문이 열려서 탔는데 안에 여자가 있는거야.
근데 왜 같은 동네에 한 아파트 사는 사람이라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어색하잖아. 뻘쭘하잖아. 원래 엘리베이터에서는 다들 그렇잖아.
그래서 내려가는 동안 서로 서서 있는데, 남자 시점에서 여자를 좀 흘끔흘끔 보는거야. 약간 관심은 가는데 뭐 그냥 내려가.

문이 열리면 이 남자는 다른 데로 막 가는데, 어떤 빌딩 화장실로 들어가. 오줌 싸러. 그런데 또 다른 남자가 하나 있었던 거야. 그래서 나란히 옆에 서는데 왜 그렇잖아. 오줌 싸러 서 있어도 다른 사람이랑 옆에 있으면 어색하잖아.
그리고 먼저 있던 남자가 오줌 다 싸고 나가면 이제 이 남자를 카메라가 따라가는 거야.

이 남자가 걸어서 지하철 타러 계단을 내려가. 이 남자가 내려가고 한 여자가 올라오는데 남자랑 둘이 부딪혀. 그래서 뭐가 떨어져. 지갑 같은거.. 그래서 딱 여자가 주우면 그때 부터는 이 여자의 시점이 되는건데, 이 여자가 아까 첫번째 남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여자인거야.

그러니까 처음에는 여자 얼굴을 보여주면 안되지. 그리고 지갑을 주운 후부터는 뒤로 가는 거야. 여자가 남자랑 부딪히기 전에 지하철을 타고, 거리를 걷고, 뭐 다른 가게에도 들렀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고, 엘리베이터에 한 남자가 타고 그렇게 뒤로 가는 거지.
그리고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여자도 남자한테 마음이 있어서 남자를 살짝 보는 걸로.. "

얘기를 다 들은 미국식 발음이 묻는다. 꼭 지오디의 박준형처럼..
"야 그러면 여자는 어떻게 뒤로 가게 할 거야?"
"어? 그냥 찍어서 필름을 리와인드 해야지."
"연기를 뒤로 가게 하는 건 아니고?"
"그것도 생각해 봤는데, 찍기 어려울 거 같아서"
"너 뒤로 걸어봤어? 그거 되게 이상하잖아. 못할 걸 아마."
"응. 그니까 정상으로 찍은 다음에 뒤로 돌려야지"

커피빈 앞 정류장에 왔을 때 남자 둘은 내렸다.
남자들이 내린 후에 생각이 났다.

예전에 그런 말 한 영화 감독인가.. TV에서인지 잡지 인터뷰에서 얘기한 건지.. 기억은 잘 안나는데,
자기가 고등학교 때 쯤 대한극장에서 어떤 영화를 보는데, 우연히 2층에서 음료수 캔이 떨어지는 걸 봤다고.

그런데 오랜 시간이 흘러 같은 쪽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나 얘기를 하다보니, 그 때 그 음료수 캔이 떨어지는 걸 그 사람도 봤더라고. 음료수 캔이 2층에서 1층으로 낙하하는 순간 둘은 같은 공간에 있었던 것이다.

음..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이 장만옥에게 몇날 몇일 자기와 함께 한 1분을 기억시키는 것과는 반대라고 볼 수 있겠지.

나중에 그 한국식발음이 영화를 만들게 되서 내가 그 영화를 보거나,
아니면 그 영화를 만들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그런 단편 영화를 만들어 보려고 버스에서 친구에게 말을 한 적이 있었고, 그 얘기를 하는 순간 앞 자리에서 듣고 있던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을 상기시킬 수 있는 날이 올까?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 그 노래 제목이 떠오른다.

사실 시사회를 보기 전까지는 제목도 들어본 적 없는 영화였습니다.
그 시사회란 것도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간혹 연락하는 초등학교 친구가 못가게 되었는데 저희 집이랑 가까운 극장에서 하는 시사회니까 갈 수 있으면 가 달라고 연락이 왔던 것이었습니다.
시사회 응모했다가 안 가면 블랙리스트에 오른다나..

아무튼 이리저리 연락해서 짝을 하나 찾아서 영화관에 갔지요. '그녀에게'란 제목이 어딘가 덜 끝난 느낌이 있어서.. 왠지 모를 엉성함도 있고 말이지요.
친구가 저한테 준 사전 정보라고는 제목이 '그녀에게'다, 유럽영화다. 이거 두가지 뿐이었습니다.

예사롭지 않은 첫 장면.. 이 영화가 내가 기다려온 영화라는 것을 직감하게 했었죠.
또 스페인의 공연 문화가 그렇게 수준이 높은지..
음악과 이야기와 공연 예술과 연기, 영상... 이 모든 요소들이 아주 매력적으로 녹아있는 영화였습니다.
배우들도 빠지는 사람 한 명 없이 고른 연기 수준을 보여줬구요. 찰리 채플린의 딸 제랄딘 채플린도 볼 수 있습니다.

'해피투게더(춘광사설)에서 장진이 이구아나 폭포 밑에 서 있는 모습을 비추는 장면에서 처음 들었던 노래를 이 영화에서 다시 듣게 됩니다. (제 기억이 맞나요? 정확히 이 장면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춘광사설 OST 첫번째 트랙으로.. 우렁차게 폭포수가 떨어지는 소리가 점점 작아지면서 이 노래가 서서히 흘러나옵니다.)
바로 Caetano Veloso가 부른 'Cucurrucucu Paloma' ...
이렇게 슬프고도 아름다운 노래를, 가수가 직접 부르는 그 장면동안.. 그 목소리가 사람의 것이 아닌 것 같이 느껴지더군요.

코마 상태의 두 여자와 그녀에게 얘기하는 두 남자에 관한 얘기입니다.
이 영화에는 현대 무용계의 대표적 인물인 피나 바우쉬의 공연이 두 번 나오는데... 마지막 장면의 공연이 곧 한국에서 있을거란 소식에 바로 예매를 했습니다.

다시 한번 이 영화를 보고 와서 두번째 리뷰를 적도록 하겠습니다.
싱싱하게 막 피어나는 꽃 송이 같은 ...

Comments (3)

저는 이 영화 두번. 봤습니다.

광화문 씨네코아에서요. 소극장이라 좀 그렇긴 하지만 어찌보면 어울리는 조합인것도 같습니다.

보고나서 그날저녁까지 계속 영화가주는 분위기에 휩싸여있게되더군요.

아마 비슷했겠지만, 첫장면에서부터 사람을 완전히 사로잡아버립니다.

마찬가지로.
강추입니다.

깨비:

삽살한 10월의 가을 바람이 부는 날이었습니다. 왠지 모를 허전함에 남편과 할 일을 팽개친 채 비디오방으로 향했습니다. 무심코 를 집어서 보게 되었지요. 그런데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나봅니다. 뭔가 채워지지 않는 2%가 그 영화로 인해 가득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코마상태에 빠진 여자를 4년간 돌보며 사랑에 빠지는 남자의 이야기인데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결국은 기적을 만들지만 그는 감옥에서 그 소식도 듣지 못한 채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영원히 그녀 곁으로 가기 위해서. 그가 감옥에 가게 된 이유는 영화로 확인하세요.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스페인의 명물 투우 장면과 아름다운 노래, 무용 그리고 마음을 촉촉히 적시는 배경음악들이 잘 어우러져 보는 재미와 듣는 즐거움을 모두 충족시켜 줍니다.
꼭 보시고 이 가을 아름다운 사랑을 하시길 바랍니다.

^^ 영화를 보고 한참 지나서 생각하니 '인생은 아름다워'와 닮은 면도 있더군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마리코역을 맡은 배우가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는데, 주위에 동의하는 사람이 없네요.(머리 벗겨진 아저씨 말야? 하면서..-.-)
이 다리오 그란디네티라는 배우의 힘들어가지 않았으면서도 곧은 자세, (걸어갈 때나 서 있을 때나..)
그리고 자연스럽고 여유로워보이면서도 세련된 옷 스타일도 마음에 들던데.

LG 아트센터에서 '마주르카 포고'를 봤는데.. 영화에서 보던 무대세트와 달리 바윗돌 해변으로 설정했어요. 근데 영화에서의 무대가 더 환상적이었는데.
연극적인 요소도 많고, 성적인 유머와 비유가 역동적으로 표현되고, 재미있고 신선한 아이디어도 많이 쓰였죠.
그치만 기대가 너무 컸던지.. 영화에서의 그 이미지가 최고였답니다. (풀빛이 흐르는 무대 위에 왼쪽에서부터 일렬로 선 남녀가 골반을 흔들며 실룩실룩 오른쪽으로 나오는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