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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 주말 여행

2006/06/14 19:40 from 분류없음

언니네 가족과, 친정부모님, 우리 세식구가 함께 떠난 안면도 주말 여행

숙소는 동작구 휴양소 (-.-) 펜션.
언니가 마침 간조라고 잡은 토요일,
폭우로 앞이 안보이는 고속도로를 뚫고 10시에 출발한게.. 도착하니 4시쯤.
샌드위치 만들어 먹고 한숨 자고 나니 비가 그쳐있다.
저녁 먹으러 나선 길에 춥지만 물이 많이 빠진 날이라니 갯벌에도 들르자고 한다.

막연히, '아~ 조개 잡고 갯벌에서 놀면 넘 좋을 거 같아. 이것저것 잡을게 많았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고 들떠있던 나.
바닷가 도착해 앞차에서 동시에 내리는 언니네 식구를 보고 기절.
언니, 형부, 재원이 재성이.. 모두 장화 완벽 착용에 한손에는 갈고리나 망, 삽, 통 등 장비를 하나씩 들고 거의 현지인 차림으로 차에서 내리는 거..
이런 모습으로 내린 이 '준비된 가족'은 도착 5초만에 완전무장으로 갯벌에 착 달라붙었다.

실컷 놀고 방포항에서 저녁으로 광어, 우럭, 해삼 등을 사 먹었다.
회뜨는 아저씨한테 '이걸 몇 명이 잡수실거예요?' 소리를 들은 양인데 깨끗이 다 먹었음.
식당에서 어느 아주머니가 서진이를 보고 '아직 세살 좀 안됐나보다..' 하길래 한살이라고 하니 헙- 하고 가셨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꽃지 해수욕장에서 사람들이 불꽃놀이하는 걸 보고
조카들.. 보다는 형부가 하고싶어서 폭죽을 사서 한참 놀았다.
언니와 엄마는 폭죽이 끝날 때 마다 뒤에서 '5천원.. 만원... 날아갔다 ' 되네이고.


일요일엔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안면암에 갔다가 (여기 갯벌은 한쪽 집게가 아주 큰.. 달랑게라던가.. 게가 무지 많음) 삼봉 해수욕장에도 들렀다.

서진이는 안면암의 질척거리는 갯벌이 재미있었는지 들어가겠다고 떼쓰다
막상 철퍽 엎어져서 진흙이 손과 바지단에 묻으니 찝찝해서 더 이상 들어가지 않더라.
잠시후 의젓하게 걸어다니기만 하길래 기특해했는데
자세히 표정을 보니.. 열심히 힘주고 있었다. 갯벌 한가운데에서 응 쌌다.


삼봉 해수욕장은 모래가 너무 곱고 사람도 적어서 애들이 놀기 딱 좋았다.
파도에 떠밀려오는 불가사리와 조개도 다 살아있는 놈들이어서 주어다 한참 놀았다.

생전 처음 바다도 보고 모래장난도 하고 갯벌에서도 놀고..
서진이가 부쩍 큰거 같다.
밖이 좋은 걸 알았으니 이제 얼마나 나가 놀자고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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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2002/11/13 03:09 from 분류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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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돌아와보니, 하룻밤 꿈을 꾸고 깨어난 것 같다.
뉴욕의 거리, 특유의 칼라톤, 스치는 사람들의 냄새, 눈길들..
3주 동안의 여행이었는데 집앞에 도착하니까 모두 꿈이었던 거 같다.
익숙한 동네, 다시 보는 얼굴들.. 다시 반복되는 생활의 틀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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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란 곳.. 눈으로 다 보긴 했지만 어떤 곳이었다.. 라고 정리하기가 힘들다.
옛것과 최신의 것이 뒤섞이고, 부자와 홈리스가 같은 거리에 살고, 온갖 종류의 문화가 공존하는.
좋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살고싶다라고 말하기에도 그렇지만
뉴욕, 그 곳이 있더라.. 정도의 느낌인거 같다.
매일매일 숨가쁘게 돌아가고 생활을 걱정하고 일상의 틀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자기가 원하는 것을 즐기고 누리는 대신 불어난 책임을 맡는 사람들.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기를 싫어하고 혼자 자유롭게 살지만 외로운 사람들.
누군가 희한한 짓을 해도 이상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재밌어 하고 같이 놀아보려는 사람들.
뭐 그런 이미지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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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탐험하듯 돌아다니던 맨하탄 시내, 공원, 박물관과 갤러리들, 크고 작은 가게들, 별의별 물건들,
칙칙한 지하철, 다양한 사람들... 한컷 한컷 떠오른다.
두고온 내 친구. 혼자 각박한 생활에 헉헉 대면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내 친구.
그녀가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우리 또 언제 만나지..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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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0

2002/10/28 03:09 from 분류없음

10월 28일
아침에 일어나서 오빠는 출근하고 오빠의 와이프인 영희 언니와 앉아서 어떻게 연애를 해서 결혼에 이르게 되었나..에 대해 한참 얘기를 한 후 바다를 보러 가자며 집을 나섰다. 몽탁의 바다가 정말 멋지다고 하는데, 거기까지는 너무 멀어서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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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많이 낀 추운 날이었는데, 하얀 백사장이 끝없이 이어진 해변이었다. 갈매기들이 무수히 많았는데 굉장히 커서 히치콕의 영화 새가 생각나도록 겁이 나는 놈들이었다. 파도가 일때 물결 사이로 언뜻 보이는 바다의 색깔은 초록빛이었지만 하늘이 어두워서
전체적으로 회색 그림자가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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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사장에서 새들이 먹고 남긴 굉장히 큰 생선 뼈를 발견했다. 주위엔 무수히 많은 새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있어서, 살을 차지하려는 치열한 경쟁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1미터는 되는 것 같은 생선을 비늘만 얇게 벗겨 뼈만 앙상하게 잘도 발라먹었다. 앞에 가던 노 부부 중 할아버지가 씨베쓰의 뼈라고 알려줬다. 무게도 만만치 않을 텐데, 이걸 여기까지 끌고 와서 먹었는지.. 새들의 힘이 굉장하다.

어쩌다보니 우리가 그 부부의 뒤를 따라가게 됐는데, 앞서 가면서 모래 속의 조개 이름이며 불가사리 같은 것을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서 열심이었다. 아마 전직이 선원이나 어부가 아닐가 싶었는데, 감정 표현도 풍부해서 별거 아닌 것에도 감탄하느라 할머니는 연신 탄성을 지르며 계속 믿을 수 없다고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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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돌아가려는데 이상한 기계를 들고 동전을 찾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탐지기 같은 기계가 계속 삐-삑- 소리를 내며 금속성의 물체를 찾는데, 추운 바다바람에 얼굴과 손이 뻘겋게 되어 이 넓디넓은 모래사장을 뒤지고 있는 할아버지를 말없이 구경하다가 뭘 찾냐고 물어봤다. 동전을 찾는 중인데 기계가 망할 놈의 병뚜껑만 잡고 있다고 불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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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블루밍데일, Macy’s 등등 4개의 백화점이 함께 있는 쇼핑몰에 들렀다. 언니가 좋아한다는 BOMBAY라는 인테리어 소품 가게에 들러 이것 저것 구경했다. 고풍스러운 작은 가구들에서 소품함들.. 섬세하고 예쁜 다양한 장식품.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해두고 그 앞에 트리 장식물들을 쌓아두고 팔고 있었는데 마침 우리가 구경할 때 장식 구슬 하나가 또르르 굴러서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헉, 순간 이걸 물어줘야 하나. 주인이 봤나 주위를 살피니 우리 뒤에 할머니 손님 둘만 있었다. 그 할머니 둘이서 우릴 보더니 오오~ 난 아무것도 못봤어. 어서들 가라구. 하면서 윙크와 손짓을 한다. 할머니들의 응원에 태연하게 가게를 스윽 나올 수 있었다. -.-;

타코벨과 또다른 멕시칸 체인점에서 밥을 먹었는데 콜라를 너무 큰걸 줘서 먹어도 먹어도 줄지가 않았다. 이걸 혼자서 다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경악스러웠다. 한아름에 들러서 장을 보고 집에 와서 밥을 먹고, 유진오빠와 맥주 한잔을 하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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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9

2002/10/27 03:09 from 분류없음

10월 27일
원래 MOMA에 가기로 한 날인데, 전날 쇼핑에 너무 열을 올리는 바람에
온몸이 쑤셔서 애들이 학교가서 인터넷이나 하자는데 집에 있었다.
오후에 유진오빠와 만나서 오빠네 집에 가야했다.
오빠가 마침 팔리세이즈팍에 아는 사람 결혼식이 있어서 올건데,
결혼식장으로 와서 밥이나 먹고 같이 가자면서 '대원식당'으로 오라고 했다.
보통 미국의 한인들이 결혼식을 식당에서 많이 한다는데 결혼식하고 밤까지 논단다.
결혼식장에 가서 누구 식장을 찾으면 되냐고 물으니 신부 이름이 '김복자'란다.
내가 쿡-하고 웃으니, 오빠가 웃지말라고 그 언니가 슬퍼한다며 쌍둥이 자매인데
동생이름은 '김복실'이라고 해서 입을 다물고 말았다.

미국의 한인 결혼식
콜택시를 불러서 대원식당으로 가서 오빠를 만났다.
목사님의 주례로 결혼식을 치르고, 테이블 세팅을 할 동안 칵테일 바에서 간단히
먹을 것들을 먹고 홀에 들어오니 DJ가 2부 순서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곳엔 파티에 출장오는 전문 DJ 회사들이 있다. 한국인 남자와 백인남자 2인조의 DJ팀이었다.
신랑,신부 그리고 부모님들이 차례로 홀에 입장하면서 하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First dance는 신랑 신부가, 그 다음은 부모님이랑 같이, 그리고 사람들이 다 어울려 춤을 췄다.

부페를 먹고, 부케를 던지고, 가터를 던지고 축가를 부르고..
난 생전 처음 보는 사람 결혼식에 가서 졸지에 신부 친구가 되어서는
신부를 위한 축가를 부를 때 뒤에서 백댄서도 해야했다.
DJ가 우리가 앉은 테이블이 제일 분위기를 잘 띄울 것 같았는지
우리 테이블 사람들을 모조리 나오게 해서 그 뒤에서 손을 흔들며 춤을 추게 했다.
남자들이 신부가 앉은 의자를 들어서 상대 이름을 부르게 하고,
여자들이 신랑이 앉은 의자를 들어서 상대 이름을 크게 부르게 했다.
또 가터 받은 신부 친구가 나와서 가터를 허벅지에 끼면
신랑 친구가 나와서 입으로 그걸 벗기게 한다. 원래는 신부어머니한테도 시킨다고 하던가..
DJ가 춤을 출 수 있는 시간을 주었는데, 젊은 사람들이 나설 것도 없이
중년의 하객들.. 어디서 그렇게들 배워왔는지 사교댄스를 멋드러지게 추시더라.

오빠 친구들과 섞여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오빠네 집으로 왔다.
오빠네 집은 Queens 쪽의 Fresh Meadows라는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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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8

2002/10/26 03:09 from 분류없음

10월 26일
맨하탄으로 나가는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너무 졸려서 창가에 앉아서 정신없이 잤다.
중간에 라틴계 남자가 옆에 앉는 것을 어렴풋이 보고 계속 자는데,
깰 때마다 이 남자가 옆에서 쳐다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만약 무슨 일이 있을 때 해줄 욕들을 생각해두고 다시 잠들었던 거 같다.
맨하탄에 다 도착해서, 벗어뒀던 자켓을 입으려고 주섬주섬 하면서
잠결에 자켓에 팔을 못 넣고 버둥대니까 그 남자가 옆에서 보고있다가 자켓을 입혀줬다.
학.. 순간 얼마나 당황했던지 잠이 홀딱 깨면서.. 고맙다고 했다.
남자는 자켓을 입혀준 후로도 계속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눈치였고,
뒤에서부터 내리려고 나오는 버스 승객들의 줄을 중간에 끊어서 내가 나갈 수 있게 해줬다.
고맙긴 하지만 왠지 부담스럽고 이상한 인간이면 어쩌지 싶은 생각에
애써 눈을 안 마주치려고 하면서 빠른 걸음으로 터미널로 들어갔다.
남자가 인사라도 하려는 듯이 쫒아오는데 열라 빠른 걸음으로 약속장소인 편의점으로 가서
태연이를 만났다. 왠지 그럴 필요까진 없었는데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태연이와 5번가 백화점에 가서 키엘 스킨과 MAC 립라커를 사고,
화장품 사러 온 멋진 오빠커플들을 구경하고, 옷 구경을 했는데 너무 비쌌다.
삭스피프스, 바니스 뉴욕 백화점을 보고 몇몇 브랜드 매장을 들어가 봤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서 사지는 못했다.
'사이공 그릴'에 가서 탕수 생선 튀김과 쌀국수를 먹었는데 싸고 굉장히 맛있었다.
사이공 그릴은 베트남 음식점이지만 중국인이 주인이란다.

태연이 일하는 바에 들렀더니 수진언니가 'H&M'에 물건이 많이 들어온 날이라
건질 것이 많을 거라며 가보라고 한다.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예쁘다 싶으면 너무 비싼 가격 때문에
사려던 옷들을 사지 못했던 우리는 와~~ 하고 당장 달려 나갔다.
9시에 문을 닫는데 나온 시각이 8시여서 쇼핑할 시간은 1시간 밖에 없었다.
그때 그때 유행에 맞는 저가의 옷을 살 수 있는 'H&M'은
왕창 사서 싸게싸게 입고 새로운 것을 사는 스타일의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신나게 쇼핑을 하고 이따만한 쇼핑백을 들고 나오니 왠지 후련했다.
신난 우리는 내가 이럴려고 돈 벌었지 하고 둘이 낄낄거렸다.
바람이 쌩쌩 불어 추운 밤이었는데 길거리를 뛰어다니며 담배를 피는 것도
여기서만 할 수 있는 거니까 하고 담배불을 붙이며 태연이랑 웃었다.

집에 와서 엄마한테 전화를 했는데, 내 토끼 잘 있냐고 물으니 잘 있다고 대답하는 소리가 이상해서
오빠한테 다시 물어보니 엄마가 토요일마다 집 앞에 오는 토끼 장수한테 줬다고 한다.
그 아저씨가 안그래도 새끼 뺄 수놈이 필요했는데 참 예쁘다고 하면서 가져갔단다.
그동안 중성화 수술을 해줘야 하는 걸 토끼값이 1만원인데 수술비가 8만원이어서 망설이며 못해줬는데,
짜식.. 결국 그 토끼장수네 종토로 가는 구나. 씨.. 너무 엄마가 미워서 전화를 끊었다.
내가 여행만 오면 이때다 하며 꼭 키우던 동물을 누구 줘버린다.
집에 가도 그리운 그 놈이 없을거라는 생각을 하니 너무 마음이 허전해서 눈물이 나왔다.
침대에 누워서 영숙씨~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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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7

2002/10/25 03:09 from 분류없음

10월 25일
일하러 가야 하는 태연이가 몸이 안좋다고 쉬었다.
효진이도 늦게까지 숙제하더니.. 결국 늦잠으로 수업을 빼먹고..
계속 식탁에 앉아서 셋이 몇시간 째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갑자기 효진이가 문을 보더니 으으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젠장 안그래도 아직 링의 그림자에서 못 벗어났는데 덩달아 놀래서 보니
그릭 집주인이 우뚝 서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듯 하이 하고 인사를 하고선
무슨 문제는 없는지 물어봤다. 사실 2주 전쯤 밤에 도둑이 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창문에 알람도 설치할 겸 그 밖에 이상이 있는지 살펴보러 온 것이었다.
우리는 여자들이 쓰는 화장실 세면대가 막힌다는 얘기를 하고, 집주인 아저씨는
도둑이 들었을 때의 상황을 더 자세히 듣고 싶어했다.

도둑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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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 들었던 날 저녁에 태연이는 방에서 자고 있었고, 효진이는 거실에서 숙제를 하고,
옴리도 자기 방에서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으며 숙제를 하고 있었다. (사실 옴리는 귀가 안좋아서
한쪽에 보청기를 끼는데, 그래서 옴리한테 말을 할 때는 조금 크게 얘기를 해야했다. 옴리랑 효진이랑
둘이 얘기를 하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저것들이 싸우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효진이는 크게 얘기를 해준다.)
효진이가 숙제를 하다가 전화가 와서 태연이를 깨우러 방으로 가는 사이에
도둑은 여자 화장실 창문을 넘어와 문이 열린 태연이 방안으로 들어갔다.

효진이가 태연이를 깨우러 방에 들어가서 '언니~'하고 불렀을 때 침대에 걸터앉아있던 도둑이 화들짝 일어나
문앞에 있는 효진이를 밀치고 다시 화장실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고,
자다가 갑자기 눈앞에서 검은 물체가 확 일어나는 걸 본 태연이가 소리를 지르고,
도둑에게 놀란 효진이가 역시 소리를 지르면서 저걸 잡아야 한다고 주위에 도둑을 때릴만한 물건을 찾았다.
태연이도 역시 무서워 하면서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효진이랑 둘이 우왕좌왕하며 방을 뒤지는데
효진이가 손에 잡히는 대로 안마기를 들고 나가려고 하길래 '너 도둑 안마해 줄 일 있냐' 하면서 정신을 차리게 했다.
둘이 부들부들 떨면서 소리를 지르며 화장실로 갔고 그때서야 뭔가 눈치를 챈 옴리가 'WHAT~!!' 하면서 방에서 나왔다고 한다.
(옴리의 방문은 열려있었지만, 그는 노래소리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숙제를 하고 있었다.)
효진이가 옴리에게 도둑이 들었다고 하자 집안에 하나뿐인 남자.. 옴리가 자기가 먼저 살펴보겠다고 화장실앞 벽에 붙어서
'Hey!..' 하고 부르며 고개를 내밀고 화장실 안을 보니 가니까 이미 도둑은 열린 창문으로 도망간 후였다.

셋이서 진정을 하고 경찰에 신고를 하니, 경찰들이 와서 집안을 살펴보고 사건 경위와 인상착의를 물었다.
그래서 효진이가 마른 체격에 옷은 불이 꺼져있어서 잘 못 보고 cap을 썼다고 말해줬다.
얼마후 경찰에서 용의자를 잡았으니, 와서 확인해 달라고 연락이 와서 갔더니
용의자들을 세워놓고 이쪽 편에서만 보이는 창 앞에서 확인을 하고 누군지 말해달라고 했단다.
그래서 떨리는 마음으로 용의자들을 보니, 왠 뚱뚱한 남자에서 흑인 백인.. 다양한 사람들을 붙잡아 놨단다.
효진이가 말랐다고 하지 않았냐. 그리고 cap을 썼다고 했는데 저 사람들 다 어떻게 잡은 사람들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경찰이 cab이 아니고 cap이었냐면서.. 자기네는 택시타고 지나는 놈들은 다 잡아놨는데.. 라고 하더란다.
괜한 용의자들을 풀어주고 도둑은 못 잡았지만 그 이후로 태연이네는 문도 열지 않고 블라인드도 꼭꼭 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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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집주인에게 도둑이 들었던 얘기를 다 하고, 알람을 설치하러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저녁을 어디서 먹을까 맨하탄으로 나갈까 고민하다가 뉴저지에서도 유명한 이탈리안 식당이 있다길래
집 근처 tomato라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굉장히 작은 집인데 사람들이 빽빽하게 줄을 서서 기다린다.
안에서는 마늘과 각종 이탈리안 향신료의 향이 가득하고, 먹는 사람들은 느긋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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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트리스들과 손님들이 아주 잘 아는 친한 사이인 듯 스스럼없이 수다를 떨고 안부인사를 한다.
우리차례가 되어서 먼저 제공되는 마늘빵을 실컷 먹고, 크림소스 파스타, 치킨요리와 시저 샐러드를 시켰다.
샐러드에 엔쵸비가 있어서 맛봤다. 멸치젓 같았다.

먹는 중에 주방에 있던 땅딸막한 아저씨가 앞치마를 두르고 나와서 손님들과 인사를 하다가 꼬마애들한테
마술을 보여주며 장난을 친다. 처음엔 고양이 소리가 나는 장난감을 손에 숨겨 놀리더니
종이 봉투 하나를 가져와서 오른손에 들고 왼속으로 공을 공중에 던지는 시늉을 하고 봉투를 든 오른손에
가지고 있던 공을 떨어뜨려 받은 것처럼 시늉을 하여 아이들의 입을 벌어지게 한다.
아무리 어렵게 던져도 다 받아내니 신기해하며.. 사람들도 보면서 재밌게 웃는다.
뒤쪽 테이블의 할아버지 손님이 접시를 바닥에 떨어뜨려 요란한 소리가 났다.
접시 소리가 나자 순간 가게 안이 온통 조용~~해졌다. 그때 직원들이 일제히 박수와 환호성을 지르며
장난을 치자 할아버지도 덜 미안해 하고 오히려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
그 할아버지도 웃으면서 한번 더 해볼까 하며 농담을 하고 같이 앉아있던 할머니도 긴장했다가 좋아하며 활짝 웃는다.

맛있게 먹고 나와서 길 앞에서 사진을 몇 장 찍는데 어떤 아저씨가 지나가며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셀프사진을 찍는 걸 구경 하고 기분좋게 웃었다.
커피를 마시러 빵집에 갔다가 비가 부슬부슬 오는데 노래방에 가서 놀았다.
노래방에서 신나게 2시간 놀았는데 70불이나 나왔다.
나오니 비가 많이 오고 있었고 주차장으로 뛰어가니 차에 딱지가 붙어있었다.
shopper short time parking이란 것만 봤는데 24시간 코인을 넣어야 했던 주차장이었다.
옆에 차안에 있던 흑인 여경찰에게 물으니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딱딱하고 쌀쌀맞게 얘기한다.
이것만 아니었으면 정말 재밌게 마감할 수 있는 하루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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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6

2002/10/24 03:09 from 분류없음

10월 24일
지하철을 타고 81가에 내려 바로 연결되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들어갔다.
센트럴 파크와 바로 접해있는 자연사 박물관은 "1869년에 설립된 이래, 인류 문화와 자연 및 우주에
관한 정보를 탐색하고 해석, 전파하는 사명을 추진해 왔다"고 한다.. 그렇지만, '뉴욕 에스키모 미닉의 일생'과 같은 책을 보면
이 자연사 박물관에 대해 꺼림직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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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하퍼의 ‘뉴욕 에스키모 미닉의 일생’(원제 ‘Give Me My Father's Body’)

미국 자연사박물관의 보조큐레이터 프란츠 보아스의 인종 표본 연구 요청에 따라 1896년 피어리는 에스키모 여섯 명을 뉴욕으로 데려옵니다.
그리고 그들을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전시하여 미국인들에게 인기있는 놀이갯감으로 만들어 입장료를 챙기고,
새로운 풍토에 적응하지 못한 에스키모인들은 2년 사이에 네명이 죽어갑니다. (북극에는 감기 바이러스가 없다고 합니다.)

남은 두명 중 한명은 북극으로 돌아가고, 부모도 없이 혼자 남은 미닉이라는 소년은 건물 관리인에게 입양되어 미국에서 키워집니다.
(물론 에스키모의 말은 모두 잃어버리고.)
뒤틀린 야심으로 네명의 생명을 앗은 미국 당국의 만행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미닉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짜로 아버지 키수크의 장례를 치른 후 그 유해를 빼돌려
자연사 박물관에 공룡이나 원숭이뼈와 나란히 전시해놓은 것입니다.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의 몸이 다 발라져 구경꾼들 가운데 유골로 전시되어 있는 장면..
진실을 안 미닉은 큰 충격에 휩싸이고 “아빠를 돌려달라”며 유골을 돌려받기 위해 싸웁니다.
1907 년 소년의 소식이 신문에 소개되어 이 사건은 미국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미국정부는 에스키모 유골을 전시하는 것이 합법적이라고 주장하며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자연사'에는 유러피언의 역사를 제외한 모든 현상의 역사를 의미합니다.
고로 백인 유러피안만이 인류이고 나머지는 모두 자연인 셈이지요.)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위해 고향으로 돌아가지만, 자신의 말도 뿌리도 잃어버린 이방인.
28세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미닉은 그린란드와 뉴욕을 오가면 방황해야 했으며 끝내 아버지의 유골을 찾지 못했습니다.
한많은 미닉 아버지의 유골은 그가 죽고 난 뒤 80여년이 지나서야 자연사박물관을 떠나 그린란드에 안착되었답니다.
자신의 북극점 정복을 사심없이 도와준 순수한 에스키모들을 철저하게 이용했고 능욕한 피어리에 속아 미국땅을 밟은지 96년만에..

'에스키모'는 '생고기를 먹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뜻이므로, 그들의 비운에 공감한다면 그들을 부르는 명칭을
이눅티투트어로 '사람'을 뜻하는 '이누이트'로 바꾸면 어떨까 하는 당부가 있었답니다.

* 저자 : 켄 하퍼

1945년 캐나다 온타리오 주 출생. 1966년 결혼 후 태나다 노스웨스트 테이토리
에스키모 거주 지역 누나부트에서 교사 생활 시작. 이주 직후 백인 아내와 이혼.
캐나다 정부의 영어전용적책에 의문을 갖고 에스키모 언어인 이눅티투트를 배움.
에스키모들로부터 '일리사이지쿠타그', 즉 '키다리 선생'이라는 별명을 얻음.
1974년 교직 은퇴 후 북극 망에 서점 개업. 에스키모 문화에 대한 집필활동 시작.
1977년 북극의 '땅끝마을Thule'인 그린란드 카나크에서 에스키모 여인과 결혼.
현재 에스키모 사회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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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박제된 동물이나 세계 각지의 유물이 들어차 있는 전시실을 돌아보니.. 좀 지루했다.
공룡파트를 지나다 보니 작은 스크린으로 공룡 진화에 대한 영상물을 틀어주고 있었다.
컴컴한 곳 한쪽에 앉아서 보는데 종별 진화 도표를 보며 차례 차례 설명을 하다가 다 끝나니
도표가 분해되며 자연스럽게 그 층의 평면도로 바뀌면서 이 종들에 대한 더 자세한 것은
바로 이 층에서 볼 수 있다는 안내 멘트로 끝나는 것이 꽤 인상적이었다.

전시물을 둘러싼 유리에는 흥미를 유도하기 위한 중요한 질문들이 쓰여있었는데,
예를 들면 공룡뼈가 전시된 유리에는 '공룡의 뇌는 정말 두개였을까?'란 질문이 있고
그 아래에 코끼리를 비교하여 쓴 답이 적혀있었다.


아마존 전시관에 올라가니 원주민의 영상물을 틀어주고 있었는데 숲을 누비며 독침으로
원숭이를 사냥하는 부자에 대한 얘기였다.
또 책에서만 보던 원주민들이 전리품으로 적의 머리가죽을 벗겨 찌고 건조시켜 만든
장식품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처음엔 시커멓고 치렁치렁 긴 머리카락을 단 조그만 머리가
공중에 달려있어서 원숭이의 머리인가 했는데.. 가만히 보니 밑에 단계별로 만드는 방법을 상세히
설명해 둔.. 죽은 사람의 머리로 만든 장식품이었다. 세개 정도 전시되어있었는데 흥미로웠다.

아이들을 데려온 부모들도 많았고 숙제를 하러 찾은 학생들도 많았다.
사춘기의 남자 아이를 아버지가 데리고 설명을 해주며 같이 앉아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장애인들도 전동차 타고 자유롭게 다니고..

다 돌아보고 나와서 외관을 보니 고풍스러웠다. 마당의 울창한 나무들 속에서 새들이 지저귄다.
지하철을 타야하는데 괜히 센트럴파크를 따라 걸었다. 커다란 나무들 사이로 개와 산책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공기도 차고 상쾌했다.

이 곳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운 것을 바로 자연사박물관이나 여러 박물관을 찾아서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다. 그걸 충분히 활용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배우는 애들이야 좋겠지만,
세계 각지의 온갖 유물들을 그렇게 모아둔 것이 어째 힘있는 나라의 횡포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문득, 박물관과 연결된 도서관으로 들어가던 한 배낭 맨 학생의 모습이 떠오른다.
47명의 큐레이터와 200명의 연구 과학자, 70명의 박사와 대학원생, 3200만 종의 표본과 인공물,
2개의 하이테크 분자 실험실, 매년 100회의 전세계 모든 지역에 대한 조사 여행, 전세계적인 연구,정책,
교육에 전념하는 다양한 학문 분야의 생물 보존 센터, 서반구 대규모 자연사 도서관..
그들이 정녕 올바른 가치관으로 의미있는 연구를 하고 세계와 공유하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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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5

2002/10/23 03:09 from 분류없음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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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수진언니와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가기로 했는데, 태연이도 아파서 학교 못가고
효진이도 쉬는 날이어서 취소하고 집에 있었다.
아침먹고 간식먹고 야인시대 보고 놀다가 양파 튀김에 땅콩버터 죽을 만들어 줬더니
'으아~ 윤화진 우렁각시다!'
라고 했다...
고추장이 너무 먹고 싶어서 사와서 쫄면 해먹고 인어아가씨 보고 오빠한테 전화하고
리멤버 보고 오징어 먹고 소주 한잔 하고 계획표 짜고 잤다.
태연이 방에 아주 큰 TV가 있는데, 시커먼 화면을 볼 때마다 흠칫흠칫 놀랜다.
미치겠다. 링의 후유증은 생각보다 꽤 크다.

게다가 이 집에 그리스 선원 아저씨가 지은 집인데, 인테리어 취향이 꽤 특이해서
거실과 복도에 모두 어두운 거울이 새로로 쫙 붙어있는.. 인테리어다.
또 얼마 전에 도둑이 들어서 애들이 문도 다 닫고 블라인드도 다 내려놓고 살아서 좀 어두우니..
음침하고 기괴한 이상야릇한 분위기가 좀 있다.
그래서 더더욱 무서워서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저쪽 주택가로 돌아가다 보니, 동네 야구장이 있는데 밤에도 조명시설이 잘되어있어서
몇몇 가족들끼리 아들과 야구를 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아빠와 야구를 하는 어린 아들..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도둑 이야기와 룸메이트 옴리에 대한 이야기, 또 효진이에 대한 이야기는 별도로 하겠다.

Comments (2)

권석찬:

이 사진들 디지털인가요? 아님 35mm 인가요?
꼭 알려주심 고맙겠고요 당신의 글 솜씨와 사진 솜씨가 예사가 아니군요.
부럽고 있어요.

뉴욕가서 찍은 사진들은 모두 캐논 G2로 찍은 거예요.
칭찬해 주시니 감사~
거의 기록해야 한다는 일념에만 충실한 사진들인 걸요.
더 좋아지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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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4

2002/10/22 03:09 from 분류없음

10월 22일
느즈막히 맨하탄에 나가서 Tad's steak에서 스테이크로 이른 저녁을 먹었다.
70년대부터인가.. 아무튼 굉장히 오래된 집인데 체인점이 여기저기 꽤 있었다.
가격도 저렴한데 두툼한 스테이크와 야채 샐러드를 곁들여 정말 배부르다.
주로 멕시칸들이 운영하는 가게인 듯 하다.
수업이 있는 태연이와 헤어져 저녁에 다시 만나서 집에 가기로 하고
혼자 Loews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기로 결정..

나는 지하철역에 포스터가 많이 붙어있던 8-mile을 하면 보려고 했더니
아직 개봉 전이고, 다른 영화에 대해서도 막상 극장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없었다.
한국처럼 매표소 앞에 팜플렛이 있다거나, 따로 화면을 설치해서 예고편을 보여주는 게 전혀 없어서
단지 영화 제목들을 보고 골라야 할 판이었다.
음.. 왠지 심플한 제목. 한 컷짜리 영화 스틸 사진이 있었는데 느낌이 괜찮은거 같아서 그걸로 결정했다.
분위기는 공포영화 같은데, 뭐.. 무서워봤자 엑소시스트만 하겠어 하고 들어갔다.
1층에 매표소와 로비가 있고, 표를 사고 위층으로 올라가면 여러개의 상영관이 주루룩 있는데
loews의 시스템을 따온 메가박스와 분위기까지 똑같다.
근데 지키는 직원이 한명 뿐이라서 상영관이 있는 복도 앞에서 표를 끊고 나면 자기가 표를 끊었어도
아무 영화라도 볼 수 있을 거 같고, 왠지 한편 보고 또 한편 봐도 모를 분위기였다. ^.^+

암튼, 일찌감치 들어가니 광고를 하고 있었다. 광고가 기발하면서도 재밌는 것들이 많았는데
한 직장인 남자의 셔츠와 타이 색깔만 변할 뿐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것을
비틀즈 음악을 배경으로 컷 분할을 통해 효과적으로 보여주면서 마지막에 쳇바퀴 돌듯 살아가던 그 무표정한 남자가
창밖을 보면서 동경과 환희에 차서 씨익 웃음 짓는 것으로 끝나는 뉴비틀 선전이 인상깊었는데 뉴비틀 차꽁무니도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입을 반쯤 벌린 남자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 화면으로 시작되는 광고가 있는데
그 남자가 너무너무 심심해서 정신이 나간 상태인데, 조그만 흡입호스를 가지고 아주 천천히 자기 얼굴에 뗐다 붙였다 하면서
무료함을 이겨보려는 정말 안타까우면서도 그 어이없음에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광고가 있었는데
결국 그게 무슨 선전이었는지는 까먹었지만, 아무튼 넋이 나갈정도로 권태로운 일상에 정신이 확 드는 재미를 준다는 어떤 것에 대한 광고였다.
이어서 예고편을 보는데, 8-mile은 예고편까지 보니 ...정말 보고싶었다.

그리고 디카프리오와 탐 행크스, 그리고 스필버그가 만난 영화 'Catch Me If You Can'은
예고편만으로 정말 흥미진진한 재미를 느끼게 했다.

영화가 시작됐는데, 처음에는 ...스크림같은 분위기로.. 여고생 두명이 방에서 잡담을 하다가 무서운 얘기를 하는 것.
얘기를 하는 장면에서 알게됐다. 내가 보는 영화가 미국판 '링'이라는 것을..
젠장! 왜 The Ring 이라고 똑똑히 써있는데, 이 링이 그 링이란 것을 까맣게 몰랐던 걸까!
순간 숨막히는 후회 속에.. 일본판 링도 보지 않은 나로서는.. 미국 링이 얼마나 무섭겠어. 돈 아깝네.
아.. 다 아는 얘기를 다시 봐야 하다니.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생각은.. 첫 희생자의 특수분장을 보는 순간 싸그리 사라졌다.
....정말 무섭다. 난 혼자 앉아서 그 영화 보다가 몸을 부르르 떨었던 것이 3번을 됐을 것이다.
젠장, 미국애들이 더럽게 무섭게 만들어놨다.
원래 일본판에는 그 죽은 아이가 양성이었던 사연이 있다는 걸로 아는데,
미국판 링에는 정말 미국적인 비극의 가족사가 얽혀서.. 말농장을 하는 여인의 이야기가 들어갔다.
바다. 등대. 말. 거울. 사다리. 의자. 절벽에서 떨어지는 여인. 파리 등등의 이미지가 나오는데,
잠들지 못하는 소녀가 바로 그 소녀이고.. 동양적인 이미지가.. 왠지 서부 개척시대의 그런 분위기가 나면서
충분히 무섭게 적용되었다. 또 동양것과 비교해서 서양의 문화와 관객 취향에 잘 맞춰서 각색한 것 같은데
나중에 두 개를 다 본다면 비교가 잘 되겠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무서워서 그럴 일은 없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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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3

2002/10/21 03:09 from 분류없음

10월 21일
월요일 아침.
태연이네 학교 School of Visual Art에 같이 갔다가 Wall st의 금융회사에 다니는 고등학교 선배를 오후에 만나기로 했다.

맨하탄으로 나가는 길이 너무 많이 막혀서 늦어버렸다.
8에브뉴에 40st와 42st에 걸쳐 위치한 Port Authority Bus Terminal(뉴저지와 맨하탄을 오가느라 아주 많이 드나들었다)에서
내려 지하철역으로 갔다. 뉴욕의 지하철역들은 100년 정도 됐다고 하는데, 바닥에는 엄청난 껌자국 들이 시커멓게 들러붙어있고
(내리막길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껌자국도 경사를 따라 밀려나있다), 환기도 잘 되지 않는데다 온기를 찾아 모여든 홈리스들
덕에 냄새도 난다. 여름에는 더운 열기가 가득한데다 홈리스들이 갈긴 오줌 냄새까지 올라와서 거의 정신이 혼미하다고 한다.

거미줄처럼 얽힌 천정 낮은 오래된 지하도로는 출근 시간이라 사람들이 아주 붐비고 있었다.
N이나 R노선을 타는 플랫폼에 도착하니 색스폰 소리가 들렸다.
걸어가면서 가만히 들어보니 끈적거리는 블루스나 재즈도 아닌.. 바흐였다.
사람들을 많이 지나 소리의 정체를 만나니 형형색깔의 옷을 레이어드룩으로 입은 안경을 낀 흑인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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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걸음을 치며 일터로 가기 위해 플랫폼 위에 서 있는 뉴요커들 위로, 도시의 회색 지하 동굴 안에 그녀의 바흐가 울려퍼진다.
이후에도 종종 오전 시간에 타임스퀘어 역에서 N,R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그녀의 색스폰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홈리스 같아 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엘리트 음대생같아 보였다. 볼 때마다 그녀의 칼라풀하면서도 의젓한 패션에
호감이 갔는데, 흰색 셔츠와 분홍색 니트, 그리고 흰색 털모자에 밝은 뿔테를 코에 걸치고 색스폰을 불던 날은 정말 예뻐보였다.

왠지 시공에 혼란이 오는 비현실적인 감상에 빠져있다가 지하철이 오자마자 바쁘게 사람들의 무리와 함께 올라탔다.

유니언 스퀘어에서 내리니 간단히 아침 장이 선것 같았다. 라틴계 장사꾼이 신선한 야채와 과일 빵을 파는 수레를 지나
어차피 늦은 거 화장실도 가고 커피나 마실까 하고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흘.. 마침 화장실이 고장 났다기에 옆에 맥도널드로 들어갔다.
덩치큰 흑인 남자들이 좁디좁은 맥도날드 의자에 눕듯이 앉아서 다리를 내밀고 있어서 지나가기가 어려웠다.
혼자, 또는 둘씩 햄버거를 헤치운 흑인들은 아침부터 무척 피곤해 보였다.
나른하고도 매서운 눈빛으로 맥도널드로 뛰어 들어온 동양 여자애 둘을 흘끗 보았다.
그곳에서 커피를 즐기기란 어려울 거 같아서 그냥 학교로 갔다.

SVA는 14st, 1av에서 3av사이에 몇개의 건물에 흩어져 있다.
맨하탄 대부분의 학교는 도로변 건물에 있는데 여러 건물을 사용할 경우, 수업시간에 맞춰 강의실을 옮겨다니느라
거리를 부지런히 쫒아다녀야 한다. 쉬는 시간 동안 몇 에브뉴 떨어진 강의실로 이동하려면 가는 중에 핫도그 사서 뛰어가며
끼니를 때우고 다음 수업에 도착해야 한단다.
그러니 당연히 멋진 교정은 바랄 수도 없는데, NYU는 앞에 있는 워싱턴 스퀘어 공원을 캠퍼스 삼아 이용하고 주위에
많은 건물을 NYU로 만들어서 NYU 거리 분위기가 물씬 난다.
SVA 옛날식 계단을 올라가서 오밀조밀있는 컴퓨터실 중에 한 곳으로 들어가 괜히 친구따라 illustration 10 강의를 들었다.

12시에 다시 42st으로 가서 유진오빠를 만났다.
오빠와 함께 SOHO로 갔는데, 월요일 점심이라 사람들도 없이 무척 한산했다.
각종 재밌고 아이디어 넘치는 발랄한 칼라의 생활소품가게도 구경하고, 정원용품 가게, 옷가게도 보고, 미술품 가게도 보고
오빠의 단골이라는 멕시칸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맛있었다.. 흐...
애플 컴퓨터 매장은 정말 미래적인 인테리어와 디자인이 돋보이는 멋진 공간이었다.
천창이 있었는지 전체적으로 무척 밝고 투명과 흰색, 메탈이 조화를 이루었는데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오는 듯한 투명판에 LCD 모니터가 박힌 컴퓨터들과 기발한 모양의 스피커들에 감탄 안할 수 없었다.
2층은 중앙 부분이 1층과 트여있고 중간을 가로지르는 다리처럼 연결되어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컴퓨터와 탁자와 푹신한 동그란 의자가 아주 앙증맞았다.

좀 돌아다니다가 SAKS FIFTH 백화점과 유태인들이 많은 다이아몬드 거리를 구경했다.
티파니 매장에 갔는데 엄마와 쇼핑 온 일본 여자애들이 자주 보였다.
5층인지 6층인지까지 있는데 층마다 실버, 골드, 다이아몬드와 보석류, 준보석류 등으로 분류되어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개나 소나 다 하고다니는' 실버 체인 목걸이와 팔찌를 구경하고 내려왔다.
오빠가 저렴하다며 보여준 그 은체인은 한 25만원정도 했던 거 같다.
선배는 실버 머니클립을 샀는데 색이 변해서 와서 무척 비싼 가격에 세척까지 했었다고 한다.
색이 변한다고 불평을 하자 순은이니까 변한다며 자주 와서 세척을 하면 된다고 했단다.
그래도 진정한 미국 부자는 머니클립을 쓴다는 것에 마음을 가라앉혀야지...

CompUSA에 매장에서 노트북을 구경하고, 성 패트릭 성당에 들어가 잠시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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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혹시 나홀로 집에 나온 그 성당이던가?
성당은 멋졌지만,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서 소란스러웠다.

오빠와 헤어져 파슨스 앞에서 효진이를 만나서 집에 왔다.
터미널 앞에서 한 흑인 남자와 멕시칸 남자가 마주보며 웃고있었다.
사람들이 그 주위를 빙 둘러서서 구경을 하고 있길래 왜 저러나 하고 보니
서로 옷을 벗더니 어느 순간 갑자기 흑인 남자가 주먹으로 멕시칸 남자의 얼굴을 빡-! 하고 때렸다.
덩치가 왜소한 멕시칸 남자가 그 한대를 맞고는 슬금슬금 도망을 가서 싸움은 시시하게 끝나고 말았다.
어떤 이는 생전처음 해외여행이라고 미국에 왔는데 공항 내려 나오자 마자 바로 앞 도로에서 목격한 것이
경찰과의 범인과의 총격전이었다고 한다. 가뜩이나 쫄아있었을 땐데..
아무튼 너무 빨빨거리고 많이 돌아다닌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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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2

2002/10/20 03:09 from 분류없음

10월 20일
일요일 2시에 태연이랑 같이 일하는 수진 언니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보기로 했다.
고갱전시회를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다음에 오기로 하고, 모던아트, 르네상스, 인상파 쪽을 봤다.
입장료는 도네이션이라 1달러만 냈다.
5번가에 프리마켓이 섰다고 해서 배도 고프고 재밌는 구경거리라도 있을까 해서 버스에서 내려 뛰어갔다.
값싸고 먹을만한 인도와 타이 음식을 사서 돌아다니며 먹었다.
모두 1달러짜리가 많고, 멕시칸 닭꼬치 같은것은 3달러..
돌아오는 길에 타임 스퀘어를 지나 Toy'sRus 장난감 가게를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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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가게 안에 애들이 좋아하는 놀이기구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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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로 자유의 여신상과 빌딩을 올라가는 킹콩을 만들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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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인형 전용관이 있어서, 인형에서 여자애들 옷까지 팔고 고가의 바비인형 전시도 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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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온갖 화장품 브랜드가 모여있는 세포라에 가서 이것저것 발라보고 나왔다. ^_____^

집에 와서 효진이 차로 한아름 마켓에서 장을 봤다.
그리고 태연이랑 밤새 얘기 하다가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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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

2002/10/19 03:09 from 분류없음

10월 19일 오전 11시 20분

나리타행.
인사를 하고 나올 때 마음이 무거웠다.
조금 떨어져 있게 될 뿐인데..
옆에는 일본으로 밀월 여행을 떠나는 듯한
중년의 사업가 아저씨와 한껏 치장한 중년의 아줌마가
손을 꼭 붙잡고 놓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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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 33분-
일본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조용하고 질서를 잘 지킨다구?
아이는 아이다!
나리타 공항에서 환승하러 이동하는 전동차 안에서 까까머리 남자애가
비행기를 가리키며 소리지르고 난리가 났다.
내려서 걸어갈 때는 '이끼마쭈! 이끼마쭈!' 폴짝 폴짝 뛰기까지 한다.
(분명 어리광 부리느라 '쭈' 같이 발음 했던거 같다.)

일본 공항 화장실에는 핸드 드라이어가 세면기 바로 옆에 달려있어서
바람이 위쪽으로 나왔다. 행여 렌즈 마를까 피해가며 손을 말렸다.
옆에는 일본 여승무원이 화장을 고치며 기름 종이를 아예 이마에 붙이고 있었다.
어딜가나 튀김은 있더라.

콘티넨탈 항공사의 승무원들은 거의 할머니.
껌을 씹으며 주머니에 손도 넣고 다니는데.. 더욱 자연스럽다.
야리야리한 몸매에 꽃같이 단장한 아시아 항공사의 언니들과는 비교가 된다.
그럴 필요 없는데... 아까울 뿐.
감기가 들었는데 비행기가 춥다.
승무원에게 혹시 감기약 있는지 물으니 약은 없단다.
콧물이 줄줄..온몸이 쑤시더라.

뉴왁까지 갈 때는 가운데 줄에 앉았는데
가운데 자리는 비고, 일본 여자에가 반대편에 앉았다.
내가 일본인인줄 알았는지 일본어로 말을 걸어온다.
일본애들은 영어 한마디 못해도 세계 돌아다닐 때 불편이 없다. 아니 한국 사람보다는 덜 하다.
이 비행기만 해도 일본인 승무원이 두명 타서 일본어, 영어를 다 해주니..
내가 콧물나서 승무원한테 티슈 갖다 달라고 했는데 자꾸 안갖다주니까
일본 여자애가 화장실 갔다오면서 대신 갖다줬다.
얘기를 계속 했으면 좋았겠지만, 난 계속 코 푸느라...

뉴왁공항 도착해서 효진이 차를 타고 팔리세이즈파크 태연이네로 왔다.
사택이 생각나는 야트막한 주택가, 집마다 개성이 넘친다.
할로윈이 가까워서 인형들, 호박들로 치장한 집도 있고..
9.11 이후로는 GOD BLESS AMERICA 라는 문구를 차에나 가게에 많이 붙이고 있었고.
성조기를 집에 걸어두거나 대문에, 창문에, 차에 깃발로 꽂는 애들도 많았다.
7시 반쯤 뉴욕시내로 나가 감미옥에서 설렁탕을 먹고
친구가 바텐더로 아르바이트하는 스탠포드 호텔 2층의 맥심바에서
태연이랑 같이 일하는 언니와 인사하고 매니저와도 인사했다.
재즈 연주가 있었고, 작지만 단골 위주의 분위기가 좋은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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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2002/10/18 03:09 from 분류없음

내일 오전 11시 출국.
3일동안 후다닥 준비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이게 나의 일상이야 하고 당연시 하던 것들에서
좀 거리를 두고.. 낯선 공간 속에서 생각을 해보자.
여행이란게 떠나서 새로 속한 공간에 대한 감상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자기 자신, 그리고 두고온 것들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거 아닐까.

조금 더 용감하고 자유로운 내가 되서 오길.
두근두근.
블로그 대신 아주 작은 스케치북을 꼭 쥐고 갈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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