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배우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7/02/20 용민이 오빠에게서 배우는 관계형성 (3)
용민이는 오늘 처음 놀이터에서 만난 이제 8살이 되는 남자아이다.
어제 새벽 내내 찡찡대더니 오늘 오전엔 딸아이의 투정이 너무 심해서
주섬 주섬 옷을 입고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햇볕이 들지 않는 곳은 아직 추워서,
볕이 좋은 앞에 동 놀이터로 가서 시소를 태워주고 있는데,
앞에서 이 남자아이가 날려오며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했다.
마치 알고 있는 아줌마가 나와서 달려온 것 처럼.
나도 그래 안녕~ 대꾸를 해줬는데, 아마 내가 대꾸를 안했더라도 이 붙임성 좋은 아이는 우리와 잘 어울렸을 거다.

시소를 타고 있는 우리 옆에서 시소 위를 껑충껑충 건너 뛰는 묘기를 부리면서
시소에 관한 여러 얘기를 재잘대고, 어린 서진이를 마치 제 동생처럼 배려하고
잘 놀아주려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금방 우리는 그 아이에 대한 많은 걸 알게되고,
자기 이름은 용민이고 21살짜리 형이 있고, 태권도를 배우는 중인데 어떤 동작을 할 수 있는지 시범도 보여주고, 태권도장에 대한 저만의 농담도 하면서 같이 깔깔 댔다.
내가 서진이를 안아서 미끄럼틀 위에 올려두고 손으로 잡아주며 미끄럼을 태워주려 하자
제가 올라가서 안고 태워주겠다며 서진이를 꼭 끌어안고 내려와 일으켜주고,
자기가 가지고 나온 음료수도 조심스럽게 먹여주고
'원래 손이 더러우면 애기 만지면 안되는데요.
얘는 지금 손이 더러우니까, 내 손도 더럽지만 같이 잡아도 좀 괜찮아요.
근데 가서 깨끗하게 씻어야 되요'
하며 서진이의 까만 손을 잡고 흔들어준다.

설에 세배돈을 받았는데 친할머니에게 모두 주었다는 것과
외할머니한테는 못 주고 세배도 못했지만 마음은 잘 아실거라며, 오늘 편지를 쓰겠단다.
그 아이와 시소, 미끄럼틀, 그네, 모래 장난 등을 하면서 아주 많은 얘기를 나눴고,
이 놀이터에 올 때는 상상도 못했지만 난 그 애와 모래 가져가기 게임까지 3번을 했다.
(서진이는 옆에서 모래를 뿌려대서 참가를 못하고.. -.-;)

아이는 동생이 갈 때까지 놀아도 괜찮다더니,
아이의 엄마와 할머니가 지나가며 밥 먹으러 오라고 얘기를 하는데도 더 놀겠다고 한다.
서진이도 잘 놀아주고, 자신이 놀이터에서 해보지 못한 많은 것들을 보여주는 오빠가 좋았던지 좀처럼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다.
추워서 이제 그만 가봐야겠다고 하니 용민이는 그럼 다음주에 제가 놀러 갈게요.
집이 어디예요? 하며 물어온다.
그아이와 헤어져 돌아오는데 정말 다음주에 그 아이를 만나기는 힘들겠지만
또 만나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렇게 자연스럽고 아무 거리낌 없이 다가오고, 얘기하고, 나눠주고, 아껴주는 법을 어릴 땐 다 알았던가? 몇십분 만에 상대방의 호감과 신뢰도 확실히 얻으며 말이다.

2월 내내 교육을 받으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 동안 내가 얼마나 닫혀있었는지를 종종 느낀다.
다행히도 만난 사람들이 좋아서 많이 열 수 있었고, 많은 걸 얻을 수 있었다.
환경과 사람들 탓인지 꽤나 활발해진 나는
예전엔 C형으로 나왔던 DISC 검사에서도 I형으로 나오고 말았다.

Posted by lunatree 트랙백 0 : 댓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