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다닐 때 매점에서나 가끔 먹거나, 구내 식당 같은데 후식으로 껴주던 저 쿨피스 류의 음료수. 참 생명력이 길다. 포장과 이름을 바꾸며 여태 이어오고 있다. '자두'라는 단어를 배워설랑 자두 자두 하면서 가르키더라.
근데 저 상품의 이름은. 자두맛 음료도, 자두맛 주스도, 자두맛 우유도 아닌.. . . 단지 그냥 '자두맛' 이다. -.-
오랜 만에 서진이가 와서 너무 기뻤어요. 선생님을 보자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어요. 이제 괜찮은 거지요? 얼른 감기가 다 나았으면 좋겠어요.
라고 적혀있었다.
서진이 선생님의 취미는 평범하게 묶고간 녀석 머리를 똘똘 꼬아서 동글 동글 고정시킨 일명 X머리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집에 돌아오면 늘 그렇게 헤어스타일이 업그레이드 되어 있는 녀석 머리를 풀면서 우리는 '서진이 반에 머리 긴 애가 얘 밖에 없는걸까?' 의아해 하기도 하고 '이거 풀 때 머리가 껴서 많이 뽑히는데' 툴툴대면서도 녀석을 예뻐해준 선생님이 고맙기만 하다. (심지어 어머니는 서진이 선생님한테 고무줄 한통 갖다 드려야겠다는 말씀까지..)
선생님의 근로 의욕을 울컥 높여준 서진양은 이번달 23일이 되면 두돌이 된다.
제대로 할 줄 아는 말은 별로 없지만 제 소리로 발음하는 게 재미있어서 하루 종일 종알 종알 시끄럽게 떠든다.
어제는 퇴근하고 들어오니 마침 할머니한테 나가자고 조르던 녀석이 달려와선 내게 '시장!' 이라고 외친다. 감기약을 잘 먹었으니 상으로 시장에 데리고 가달란 소리. '시장 가서 너 뭐 살건데?' 물으니 '무! 파!' 라고 외친다. (할머니가 시장가며 무랑 파 사오자 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는지, 그 이후 시장 가면 무조건 무, 파를 사는 줄로만 안다.) 아빠 마중도 갈겸 데리고 나갔더니 연신 하하하 거리고 까르르 거리는 통에 동네가 시끌.
지금 녀석이 알고 이해하는 단어는 더 많지만 즐겨 말하는 것들은 엄마, 아빠, 할미, 할부, 언니, 오빠, 아가, 얼굴, 머리, 코, 입, 귀, 눈, 목, 발, 손, 찌찌, 배, 배꼽 (이외에 겨드랑이는 알기는 하나 발음 못함), 체육복(현재 선호도 1순위), 꽃, 까까, 사과, 귤, 빵, 우유, 물, 쥬스, 치즈, 고추, 옷, 가위, 책, 안경, 신발, 빵빵, 공, 칫솔, 치약, 컵, 똥, 쉬, 시장, 뽀로로, 루피, 에디, 크롱, 포비, 부바, 어흥, 꽉꽉, 꿀꿀, 멍멍, 야옹, 짹짹, 새, 삐약, 꼬꼬, 곰, 코끼리, 또, 꼭, 꺼, 켜, 가, 인나, 자, 아파, 아냐, 싫어, 응!, 빠빠이, 안녕, 나도!, 쓱싹쓱싹, 치카치카, 퉤, 똑딱, 라라라, 슈웅- ... 등등등 머 이런 것들이 있다..
그리고 발음이 동일한 것들은 재미삼아 다른 물건을 지시하기도 하는데 먹는 배를 가져오라고 하면 자기 배를 보여주거나, 장난감 배를 가지고 오기도 하고 똑똑하다고 하면 무언가를 두드리며 '똑똑~' 이라고 한다.
오빠 찰리가 웃기는 여동생 롤라의 편식 버릇을 고쳐버리는 내용인데,
다른 동화책과는 달리 맹랑한 꼬마들의 말투가 그대로 살아있어서
나도 모르게 읽어주는 동안 만화영화 성우처럼 되어버렸다.
롤라는 한예슬이 연기한 '나상실'의 동화버전이라고나 할까.
당근은 토끼나 먹는 거라서 안 먹고
콩은 온통 초록색 투성이라서 안 먹고
감자는 으깬 것도 싫으니까 아예 꿈도 꾸지말라며,
무엇보다 무슨 일이 있어도 토마토는 절대로 안 먹는다는
요녀석의 버릇을 지혜롭고 위트있는 오빠 찰리가 상상력으로 구워삶는다.
책을 좋아하지만 아직은 글이 많은 책은 읽어주고 있으면
확 덮어버리던 서진이도
이 책은 재미있었는지 끝까지 흥미롭게 봤다.
물론 토마토가 나오는 대목에서는 토마토를 달라며 나를 부엌으로 끌고 갔다.
마침 냉장고엔 토마토가 있었고,
방울 토마토 꼭지를 똑똑 때곤 그 자리에서 5개나 먹어버리더라.
그래서
지난번 최서진 주연의 '누구라도 한번 보면 배가 먹고 싶어지는 동영상'을 건진데 이어
'토마토를 절대 안 먹는 아이도 한번쯤 먹어보고 싶어지는 동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
목요일 저녁 술약속.
서진이 3월에 보내게 될 어린이집에서 오리엔테이션이 있어 들렀다 가기로 했다.
#1. 어린이집 OT
간단한 선생님의 얘기와 리모델링 공사 관련 설명.
그리고 새로 부임한 원장 수녀님은 몇십년간 지방에서 장애아동들과 함께 하다 오셨다는데
장애아동통합교육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셨다.
통합교육을 하면 학부모들은 걱정도 하고,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궁금해하고,
자녀들이 집에와서 장애아동의 행동을 따라하기라도 하면 깜짝 놀란다는데
그런건 얼마 지나면 자연스럽게 없어지게 되고
오히려 그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네살, 다섯살 아이들이 배려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고 한다.
어른들도 참고 기다려주지 못하는 걸 어린 꼬마 아이들은 참고 기다리고,
정상인 아이들끼리는 장난감 서로 하겠다며 싸우더라도
장애아동이 그 장난감을 가지고 가버리면 뒷짐을 지고 따라가서
그 아이가 무사히 장난감을 내려놓을 때 까지 지켜봐주는 모습도 보고,
행여 친구의 장애를 어른들이 모를까봐 이 아이는 자기가 도와줘야 한다고 얘기하는 걸 보면
아이들 인성에 매우 좋은 교육 방식이라는 걸 느낄 거라고 말씀하셨다.
자모회 회장,부회장,반대표 등등..
어린이집에서도 부모들이 하는 일이 왜 그리 많은지. -.-;
새로운 멤버를 뽑는 과정을 결국 다 보지 못하고 약속 장소로 출발.
#2. 삼각지 평양집
추천인이 오래되고 맛있고 유명한 집이라기에 그래 가보자 했건만.
밖에는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줄이.
다닥 다닥 테이블 정겨우나 옆 사람과 등을 맞대고 먹는 정도.
신선하고 쫄깃한 양을 맛있게 먹는 중에도 수 없이
서빙하는 아줌마 부대끼며 지나가니 한 손에 젓가락 들고 상체 이리저리 빼주기.
손님들 실례 실례 합니다 지나가니 한 손에 젓가락 들고 의자 땡겨 앉기.
맛있다 감탄하면서도 이런 식당 안의 모습이 너무 웃겨서 키득 거렸다.
정말 딱
통근 시간 지하철 2호선 전철 안에서 의자 놓고 고기 구워먹는 상황...
맛있고 재밌는 경험이었다.
양,곱창,양밥 먹었는데 다른 곳 보다 재료나 양이나 훌륭하다고 한다.
한번에 만들지 못하고,
아침에 빵 구워두고, 외출했다 돌아와
저녁에 생크림과 딸기 장식으로 마무리한 크리스마스 케잌..
한참 짤주머니와 깍지로 모양내고 있는데
서진이가 잠에서 깨어 보채는 바람에 그냥 모양 없애버렸다. -.-;
뽀로로 친구 루피가 만든 케잌보다 엉성해 보이지만,
단면을 자르면 카카오 파우더를 듬뿍 머금은 진한 초코 케잌이라는..
몇주동안 인후염, 중이염에 감기로 고생하다 나은 서진양은
돌아온 식욕을 불태우며, 짜구 난다는 걱정을 듣고 있다.
놀이방 또래 중에 서진이 보다 더 볼록한 배를 가진 남자애를 보고서 좀 마음이 놓였다.
아침에 출근하느라 버스 정류장에 서 있으면
그 시간 즈음 엄마와 버스에서 내리는 여자 아이가 있다.
몇 번씩 본 적 있는 그 아이는 머리를 양쪽으로 땋아 묶고
점퍼에 유치원 가방을 매고 언제나 씩씩하게 내린다.
입을 좀 벌리거나 혀를 내밀고, 약간 돌출된 눈을 가진 아이는 다운증후군이다.
자기가 먼저 내린 후 엄마가 카드를 찍느라 내리는 게 늦으면
'엄마-!!' 하고 야무지게 엄마를 부른다.
어디 이 근처에 통합교육을 하는 곳에 다니고 있나보다.
오늘 아침에도 그 아이와 엄마를 만났다.
나도 딸아이가 커 갈 수록 이렇게 컸으면, 커서 어떻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늘어나는데,
저 아이의 엄마는 어떤 바람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을까.
다른 엄마들이
더 좋은 성적 받고, 훌륭한 학교 가서 좋은 직업 가질 수 있었으면 하고 아이에게 바랄 때,
혼자 밥 먹고, 생필품 사고, 기본적인 생활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가르치면서
내가 죽어도 잘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차이인가.
그 아이가 아주 작은 발전을 보일 때 누구보다도 큰 행복을 느끼고,
그 만큼의 좌절과 고통을 느껴가며 아이를 키우고 있을까..
아이를 키우는 행복과 아이에 대한 사랑이 다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버스를 기다렸다 .
방금 소득공제 영수증을 받아오는 길에 또 다른 아이와 마주쳤다.
신호를 기다리며 건널목에 서 있는데 한 할머니가 아이의 얼굴을 장갑으로 닦아주고 있었다.
아이가 울었는지 눈가엔 눈물이 맺혀있고, 콧물이 나왔는지 할머니는 검은 천장갑으로
아이의 코를 닦고 얼굴을 닦고 옷을 닦아주었다.
눈과 입이 좀 나온 그 아이도 한눈에 다운증후군이란 걸 알 수 있는 외모였지만,
더 어리고, 그 나이때의 아이들과 다름없는 천진하고 뽀얀 너무 예쁜 얼굴의 남자아이었다.
휴지나 손수건이 없는지 할머니는 얼굴을 닦아주다 장갑을 뒤집어서 쓰시는데
아이의 얼굴에 장갑에서 묻어나는 검은 얼룩이 보였다.
내 주머니에도 카드키와 지갑 뿐이어서
좀 떨어진 떡볶이 포장마차에 들어가서 두루마리 휴지를 좀 쓰겠다며 몇장 뜯어왔다.
애지중지 손자를 보듬어주고 있는 할머니에게
"이거, 애기 휴지 쓰세요" 하고 건넸더니
할머니는 뜻밖이지만 매우 반기는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고맙다고 한다.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을 두려워하고 주저하고 계산하는.. 그런 사람으로 변하지 않았으면.
그렇지 않기 위해서 부모는 어떻게 해줘야 할지.
고집을 꺽지않고 아이가 원하는 걸 이해해주고, 제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부터가 시작일 수도 있는데 막상 떼를 쓸 때는 정신이 멍해진단 말이지.. -.-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봄소풍을 갔었으리라 생각되는 주말
우리도 과천 경마공원으로 소풍을 나갔다.
맨발로 집안에서는 꽤 잘 걸었지만, 신발만 신겨놓으면 주저앉아 걷기를 거부하던 서진이는
이날 잔디밭에서의 자발적인 맹훈련으로 걸음마 완전 마스터 해버렸다.
어찌나 지치지 않고 걸어다니는지 따라다닌 어른들은 녹초가 되어도
잔디를 뜯어먹어가며 스테미너를 과시.
동행한 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막내였으나 막강 체력과
언니 오빠를 몰라보는 왕성한 호기심은 타의 추종 불허.
장차 훌륭한 무술소녀가 될 소질까지 보였다.
경마공원은 생각보다 나무도 많았고, 아이들 놀 수 있는 놀이터도 잘되어있는데다
잔디밭도 넓어서 가족들 소풍 장소로 아주 괜찮았다.
입장료도 800원 정도에 안에서는 영리사업을 할 수 없어 돗자리며 유모차도 대여해줌.
3명 이상이면 카풀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어서 차도 빨리 댈 수 있었다.
첫째 조카가 이제 여섯 살, 둘째 조카가 세 살.. 그 놈들 크는 것을 같이 부대끼며 봐왔으니 웅얼웅얼 하던 놈이 엄마! 아빠!하고 어느날부터 지 생각을 말하고 이제는 우기기까지 하는.. 그 과정을 잘 알게 되었다. 사람이란 게 참 신통하다. 어느 날 머리 속에 안개가 걷히면서 그렇게 이 생각 저 생각 분명하고 복잡하게 하기 시작하는 게. 무엇보다 녀석들이랑 바보처럼 웃으면서 어울리고 노는 순간들이 가장 멋지다.
첫째에 비해서 말이 늦은 둘째 조카는 이제 막 말을 더듬더듬 하기 시작하면서 가장 애용하는 문구가 '칙칙 폭폭 땡~' 이거다. 뭐라고 질문을 하든 지가 내키면 무조건 칙칙폭폭 땡~... 저번 달에는 회사에서 일 하고 있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언니네에 있는 둘째 놈이 놀다가 문득 베란다 문을 열더니, '이모~'하고 불렀단다. 이모가 보고 싶은 것 같으니 긴급 출동을 하라는 명령이었다. 쩝.. 조금 감동 먹었었다. 짜식.. 날 그렇게 좋아할 줄은.
봄이 막 왔을 때 첫째 놈한테 할머니가 상추 화분을 선물로 줬다. 무지 기뻐하면서 조그만 컵에 찰랑찰랑 물을 담아서는 부지런히 물을 주고, 상추 주위도 예쁘게 꾸며 주겠다며 이상한 깃털을 심어주고 그랬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녀석이 언니한테 "엄마, 식물도요. 사랑해줘야 잘 큰대요"라길래 "그래? 사랑을 어떻게 주는데?" 했더니.. 화분이 있는 베란다 문을 열더니 "상추야! 사랑해!!!" 하고 큰 소리를 치더란다. 사랑수여 끝.
오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대학 동창이 쓴 글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퍼왔다. ------------------------------------------------------ '요즘은 실습 기간... 그런데 이상하게도, 꼬마녀석들이 노래를 부르면 난 자꾸 눈물이 나오려고한다. 슬픈 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닌데... 부산하다가도, 노래 반주가 나오면 너무 귀여운 표정들로 노래를 부르는 걸 보고 있으면, 코끝이 간질간질해지면서... 나이 들어서 주책이다...(표준어는 '주책이 없다')
오늘도 역시 그림에 색칠을 하는동안 선생님이 음악을 틀어주자, 꼬마들이 꼬물거리면서 신나게 합창을 하던데...노래를 잘 들어보니 일본어로 흘러나오는 '토토로 ost' ...다들 각자 열심히 색칠을 하다가도 후렴부분의 '토토로~~~' 이 부분이 나오면, 색칠을 멈추고 정말 하나된 목소리로 토토로를 외치는 표정들이라니...ㅋㅋㅋ 근데 초등학교 2학년짜리들이 일본어로 된 토토로 노래를 다 외우더라구요. 조기교육의 중요성을 절감... ' ------------------------------------------------------ 꼬마들이 합창을 하는 그 모습이 너무 생생하게 그려진다. 아이잉~~~ 귀여워.
극장에서 토토로를 보던 때가 생각난다. 메이가 언니를 뒤따라 막 뛰어가는데 먼저 간 언니가 저쪽 골목으로 들어갔다. 메이는 골목 어귀에서 언니가 어디로 갔는지 두리번 거리는 장면이었다. 관객이 앉아있는 쪽이 언니가 달려간 골목 쪽이고 저쪽 편에 갈 곳을 모르는 메이가 보이자, 엄마 아빠 옆에 앉아있던 꼬마들이 일제히 "이쪽이야! 이쪽!" 하고 크게 소리를 쳤다. 한 놈은 벌떡 일어나 스크린의 메이를 향해 손짓을 하기도 했다. 얼마나 애가 탔으면...
저도 올해 안에 조카가 생기는데.... 예쁜 조카를 위해서 사진공부도 열심히 하고 예쁜 육아일기 홈페이지도 준비해야 겠어요~
Posted by 이장 | May 24, 2003 10:00 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