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미술관에서 만난 장 뒤뷔페는 1901년 태어나 10대에 잠깐 아카데미를 다니다 그만 두고 가업인 포도주 상인을 하다 마흔 두살에 본격적인 화가가 되었던 인물이다.
고등학교 때 함께 특활로 조소를 했었던 우리는 그림 감상을 하며,
나름 축복받은 고등학교 시절이었던 그때
어느 여름날 작가로 활동 중이기도 했던 조소선생님과 작업실에서 작업하며 나눴던 얘기나, 화창했고 꿈 같았던 날씨, 방학 보충수업 중이던 선배 오빠들의 호기심 등을 이야기하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마치 유치원생들의 그림을 뽑아 벽에 전시한 것 같은, 그의 말년의 작품들이 나란히 걸려있는 앞에서
'난 피카소나 바스키아나 이 할아버지나 국내 어떤 작가들이나..
말년에 애들 그림처럼 이렇게 되는게 좀 싫어' 라고 중얼거렸지만
그 강렬한 색채와 동심어린 선에서 뿜어져나오는 원초적인 에너지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재밌는건 뒤뷔페의 삶에 대한 소개를 읽으면서
음반이나 건축,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의 활동에 대한 것도 흥미로웠고
제도화된 문화에 대한 반감으로 아르 브뤼트란 원초적 예술에 대한 주장을 했던 부분,
'모든 아마추어를 위한 안내서'라는 저서도 한번 찾아보고 싶다고 느꼈던 것도 있지만
정신병자로 낙인 찍힌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끌어내었다는 부분이
어쩐지 친숙했던 것이다.
돌아와 찾아보니, 내가 2003년 11월에 그가 쓴 책을 읽고 포스팅을 했던 적이 있는 거였다...
(아웃사이더 하니, 대학 1학년 때 호찬님이 무슨 바이블인양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를 읽어보라고 줬던 기억이 난다..)
라이프캐싱으로의 블로그가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정말 오랜 시간의 기록이 축적되었을 때인 것 같다.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도 재발견하는 기쁨을 주니 말이다.
(얼마전 아이두 이준행님이 메신저로 잡담하다 우리 커플의 연애시절 얘기를 아카이브에서 찾아 들이댔었던 것도 허걱스런 재발견이었다.)
탱그램을 다이나믹하게 활용해 '나를 위한 세계적인 은행'이란 글로벌 금융 그룹 이미지를 부각시키던 TV 광고 후에, '당신의 관점은 무엇입니까?' 라고 묻는 HSBC 인쇄물 광고가 한때 많이 보였다.
꽤 여러가지 버전이었는데
기억나는 것 중엔 연륜있어 보이는 노인의 얼굴과 안경 쓴 차가운 인상의 젊은 남자 얼굴이 반복되며, '모험''안전''안전''모험' 카피가 교차되는 버전도 있었다.
컴퓨터 사진에 '일,'놀이' 카피를 반복해 어떤 이에겐 일이 될 수 있는 것이 어떤 이에겐 놀이임을 전달하기도 했다.
HSBC의 고객 맞춤 자산관리 서비스를 설명하기 위한 광고로, 글로벌 은행으로 다양한 문화와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부자가 되려는 고객의 욕구를 고객이 처한 환경과 고객의 관점에 맞춰 제공하겠다는 마인드를 읽을 수 있었다.
어떤 이는 파파라치가 찍은 스타의 사진에 대해 정보라고 여기고, 어떤 이는 사생활 침해라고 여긴다. 혹은 보는 이에겐 정보이고 당하는 이에겐 사생활 침해일 수도 있다...
종종 버스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인쇄물을 보며 '당신의 관점은 무엇입니까?' 에 대해
주제를 바꿔 생각하며 시간을 죽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론 재미있고 의미있는 광고였다.
그런데 그때는 몰랐다.
'인쇄에 대한 당신의 관점은 무엇입니까?'도 생각할 줄은..
관점이 하나인 줄 알았지..
유저가 아니라고 할 때 기획자는 어떤 관점을 견지할 것인가?
서비스 목적, 회사의 입장 등등 중요한 것들에 큰 타격을 줄만큼 심각한 것이 아니라면 견지할 필요도 없는 게 맞을 수도 있다.
서비스가 기획자 지껀가? (예술작품도 아닌데.. 물론 좋아서 뚝딱 뚝딱 혼자 만드는 서비스라면 패스~) 대다수의 유저가 평정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게 맞겠지.
물론 모든 유저가 다 맞다고 한다면 정말 좋고, 기획자의 관점도 그게 맞다고 하면야 천국이고..
블로그 예전 글을 뒤지던 hochan이 우리가 상견례하고 3개월만에 결혼한거네?
전철에서 사진 찍고 이런 포스트도 올렸었네? 하며 새삼 기록의 중요성을 깨닫게 했다.
매일 서진이의 사진을 한장씩 올리면서 기록해 나가면 나중엔 엄청난 재산이 되겠지?
둘이 같이 쓰는 비공개 블로그를 하나 만들고, 일상의 기록을 올리며
본인들의 블로그보다도 더 열심히 쓰고 있다. (비공개가 주는 자유로움이란!! T.T)
서진이는 언제쯤 우리가 쓴 글을 볼 수 있게 될까.
서진이도 나중에 블로그를(뭐 그때까지 블로그란게 남아있다면) 쓴다면
블로거 가족은 어떻게 소통할까?
(자기 생각이 깊어진 이후엔 아무리 가족이어도 서로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들이 많이 생긴다. 소통하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일상적인 소통에서는 다 담을 수 없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가끔 가족 중 누군가 쓴 글을 보면, 다른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훨씬 그에 대한 이해가 잘 되기도 한다. )
계보와 이름만 있는 족보가 아닌, 어떻게 살았는가 기록이 남아있는 조상들의 블로그가
만약 지금의 족보를 대신한다면... 문중에서 호스팅 관리를 해야 할까.
블로그 데이터를 백업 받아서 파일로 납골당 같은데 같이 모셔두고,
찾아가서 그 파일 한번씩 뒤적이며 조상을 기리는 행사가 생길까..
나의 친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2달 전에 돌아가셨다.
엄마가 나를 낳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꿈에 나타나 한번 안아보시며 잘 키우라고 말씀하시곤 사라지셨다는 얘기를 들어서인지,
얼굴도 모르는 할아버지와 내가 어떤 특별한 관계처럼 생각이 들었다.
커서 할아버지 사진을 보기 전, 어릴 때 딱 한번 친할아버지 꿈을 꾼 적이 있는데
크리스마스 카드에 나오는 산타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나타나셨었다. -.-;;
만약 할아버지에 대해 기록된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빠의 삶에 대한 기록이 어딘가 되어있다면, 서진이도 할아버지를 내가 기억할 수 있는 만큼 떠올릴 수 있을까.
원래 테마 도움말에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오는
시니컬한 로봇, 마빈을 도우미 캐릭터로 쓰고, 영화 리뷰를 샘플로 보여주면 멋지겠다 했는데..
배급사가 브에나비스타면 디즈니 계열이므로 계약시 문서 200장 넘을 거라 겁주는 동료의 말에 슬그머니 포기.
테마 관련, 어제 메이킹 스토리에 이어 '거들떠보자'편이다.
주제와 상황에 맞는 테마 선택 각 주제별 테마가 간단, 고급 버전으로 제공된다.
영화 리뷰를 아주 간단하게 쓰려면 간단 테마의 영화를, 다양한 정보를 심도있게 넣어 작성하고 싶다면 고급 테마의 영화를 선택하면 된다.
이에 따라 디자인은 물론, 구성된 정보 요소들도 차이가 있으니 쓰려고 하는 글에 맞게 고르고.. 만약 구성요소는 마음에 드나 디자인을 바꾸고 싶다면, 메뉴바에서 배경편집을 통해 쉽게 변경할 수 있다.
각각 XML로 저장되어 된 내용 전체를 연동하거나 보지 않고, 영화리뷰 중의 감상평 부분만, 요리법 중의 요리재료만을 뽑아 활용할 수 있다.
상하 따라다니는 메뉴바~ 테마는 편집 상태의 view와 읽기 view가 동일하다.
그래서 스크롤이 없이 어떤 결과로 등록될 것인지를 쓰면서 똑같이 확인할 수가 있는데
대신 내부 스크롤이 없이 컨텐츠가 길어질 경우 편집을 하려면, 메뉴를 왔다 갔다 하는 불편함이 생길 뻔 했다.
이에 필요한 위치에서 바로 쓸 수 있게 메뉴바가 따라다니면 이런 불편을 해소할 수 있어, 스크롤 영역을 따라 메뉴바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드래그앤드롭, 리사이징.. 원하는대로
에디터 내의 이미지상자, 글상자, 구분선이나 아이콘들은 모두 선택하여 끌어다놓으면 원하는 위치로 이동되고(왼쪽 상단 정렬로 맞춰지므로 + 표시를 기준으로 삼으면 쉽게 조정할 수 있다.), 오른쪽 하단을 잡고 늘리거나 줄이면 사이즈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또 삭제도 아이콘을 클릭해 바로 가능하나, 빨갛게 '필수'라고 표시된 항목은 삭제할 수 없고 꼭 입력해야 하는 항목으로 지정된 것이니 참고요.
매직박스 여기있다! 도구 더보기
메뉴바의 도구 더보기를 누르면 더 필요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글 내용 중 삭제한 정보 요소들은 맞춤상자 항목에 들어가 다시 추가할 수 있다.
맞춤상자인 이유는 각 테마에 해당하는 정보 요소들을 지원하기 때문인데,
가령 요리인 경우 요리 시간, 분량.. 영화인 경우 장르, 줄거리 등 테마에 맞는 항목을 추가 구성할 수 있고, 물론 이런 정보는 메타데이터로 저장되어 필요에 따라 활용된다.
시멘틱 웹, Structured Blogging... 최대한 사용자 친숙하게, 생산적으로 구체화한 우리의 첫 시도였다.
올해에는 '쓰고 싶어지는' 블로그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라는 각오를 세우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똑같은 컨텐츠, 스크랩만 우르르 하지 않고,
직접 이용자들이 쉽게 멋진 글들을 많이 쓸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또 그런 차별화된 글들을 다양하게 소비하고 활용할 수는 없을까 고심하던 끝에 '테마'를 생각했다.
사람들을 저마다 하고 싶은 얘기들이 있고, 잘 할 수 있는 얘기들이 있다.
그러나 내가 가진 이야기 소재를 정말 그럴듯하게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은 어렵다.
말을 잘 하는 사람, 얘기를 재미나게 하는 사람, 이야기가 무궁무진한 사람.. 누구나 되고 싶어 하지만
그것도 재주야, 끼가 있어야지, 타고 나는 거야, 화술도 훈련하잖아 등등 누구나 그렇게 되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것도 안다.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뭔가 쓰려고 해도 뭘 써야 그럴듯할지 막막하기만 하고,
내가 가진 소재가 뭐 그린 특별한 것도 아니고,
전문가처럼 있어보이게 쓰지도 못하고,
온갖 태그를 뚝딱거려 세련되고 멋지게 구성하는 것도 어렵기만 해서
쓸 거리가 있는데 무슨 얘기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기도 귀찮고..
이런 사용자들에게 글 쓸 꺼리를 던지고, 글 작성의 장벽을 낮추고 활용도를 높여보자는 생각이었다.
하나 하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에디터에서부터 완전 새로 개발해 만들어 낸..
프로젝트 참여자들 모두 고생 정말 많이 했다..
지금은 5개 주제로 오픈하지만, 계속 이용자들이 원하는 테마를 추가해가고
내가 만든 테마를 저장해 쓸 수 있게 하는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 파폭, 모질라에서 이용할 수 있으나 아직 좀 더 손을 봐야하고, 사파리는 8월 중 지원 계획.
오픈하고 나니, 예상 외로 일기를 사람들이 많이 등록했네..
젊은 유저들이 거침없이 사용하여.. 역시 새로운 것에 강하다는 생각이 다시 들게 한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미쿡에 갔다 오시겠다는 본부장님에게 사석에서 물었다.
"정말 해보고 싶으신게 따로 있나요?"
뜻밖에 대답.
"기획자면 다들 똑같지 않나? 진짜 멋진 서비스를 하나 만들어서 성공시키는 경험."
솔직히 본부장쯤 되면 내가 생각 못한 뭔가 다른 것을 또 꿈꾸겠지 했었다.
어떻게 보면, 나도 기획자잖니.. 를 생각 못했다.
내가 맡은 서비스의 유저들은
퇴근 후 시간을 쪼개 빵을 굽는 평범한 회사원, 교민 신문에 이웃 인터뷰를 싣는 중년 여성,
해외에서 공부하는 유학생 부부,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여행 매니아,
시골로 내려간 도시 총각, 산행을 즐기는 할아버지, 맛집 탐방에 심취한 아마추어 만화가..
같은 분들이다.
이들에게 웹 2.0, 시멘틱 웹, 오픈 api, mash up 서비스, ajax, XML 이니 하는 것은
전혀 관심밖, 알 필요도 없는 것들이다.
서비스를 통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긍정적인 작은 변화가 있었나가 중요하다.
현재의 기술 환경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필요로 하고, 회사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친숙하고 편리하고 참신하게 만들어... 결국 유저들에게 "이거 정말 좋네요. 이런게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너무 쉽고 재밌어요." 소리를 듣는 것.
어려운 숙제지만 해보고 싶은 것. 본부장님이나 나나 에브리바디 똑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