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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종합 병동 2007/06/16

종합 병동

from 분류없음 2007/06/16 00:22
병문안을 다녀왔다.

병원 밖 세계에선
작은 것에도 욕심내고 조금이라도 지곤 못산다며 박터지게 경쟁하고
서로 어깨를 부딪히며 남이야 다치든 말든, 마음 속으로 죽이기도 여러번 ...
그렇게 정신없이 핏대올리며 살다가 병원이란 다른 세상에 가면

그곳엔 휠체어에 몸을 싣고 산책나와 잠이 든 어린 아이가 있다.
힘없는 다리를 한발 한발 끌며 링거를 들고 걸어가는 젊은이가 있다.
긴 병수발에 간이침대 같은 표정이 되어버린 마른 노모가 있다.

엘리베이터 10층을 오르는 동안
아버지를 넘어뜨린 병이며 차가운 의사며 부조리한 체계에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빚과 궁색한 집안사정이며 그렇게 살게 만든 아버지까지
모두에게 '짜증나. 전부 짜증나' 라고만 낮게 내뱉는 덥수룩한 머리의 소년도 만난다.

그리고.
이름의 마지막 글자가 X표시된 이름표들이 나란히 붙은 방을 수없이 지나,
원인도 모르며 뇌수술을 받고 실밥을 뗀 수술자국이 선명한 서른세살의 청년이 누워있는 병실로 간다.

수술 받기 전 침대에 우두커니 앉아.
"고모. 나 누구를 해코지 한 적도 없고 크게 잘못한 일도 없고 착하게만 살아왔는데.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막막하게 물어봤다는 그는
아는지 모르는지 선한 눈빛 그대로 한살배기가 되어있다.

수술후 한동안 의식도 없이 중환자실에서 헤메다
일반병실로 옮겨 재활 치료도 받고 많이 좋아진 상태라.
오랜 간호 뒤인데도 그의 어머니는 그의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 하나,
웃음 하나, 반사작용일지도 모를 손짓 하나에 하루 하루가 다르다 한다.

어쩐 일로 허허 웃어보이는 그에게
'이제 웃네. 니 그래 되고 고모가 젤 많이 울었재?'
엄마는 눈이 또 빨개진 채 웃어주는 게 마냥 고맙기만 하다.

멀쩡하더니 중국어도 잘하고 일본인 여자친구도 있더니
하루아침에 가족도 몰라보고 말도 몸짓도 잃어버리고
까까머리에 눈만 껌뻑거리는 걸 보고있자니 나는 기만 막힌다.

앙상한 뺨과 팔 다리가 안쓰럽다가 문득 오빠 키가 이렇게 컸었나,
껑충한 키가 오히려 사무친다.

오늘은 새로운 무엇을 하더라 하나씩 좋아지니 그게 재미네.
몇개월은 다 그렇단다. 머리 속 피도 마르고 하면 더 좋아질거다.
젊으니까 재활하고 그러면 빨리 돌아올거다 주고받다가
'너희 엄마가 집에도 못가고 니 이만큼 살려냈데이. 니 알지?'
우리는 다시 그의 얼굴을 쳐다본다.

실밥 뽑았으니 이따 목욕 시켜 볼란다. 딸래미 기다리니 들어가거라
돌려보내는 손길을 잡아 고생하세요. 오빠 안녕.
표정관리 되지 않는 목잠긴 웃음으로 돌아선다.

터벅터벅 돌아오는 길.
병문안 종합세트인 과일 바구니며 음료수박스, 통조림을 거두며
가판대 아줌마도 집에 갈 준비를 한다.
하루하루 사는 것이 그냥 살아지는 것이 아니다.
따뜻한 당신 손을 잡는 것, 콩닥콩닥 뛰는 내 아이 가슴을 느끼는 것,
말하고 싶은 말을 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자유롭게 걸어가는 것,
사람들이 바라는 기적이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