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저녁.
서울역에는 '대전, 광주, 이리, 대구' 등을 외치는 사람들과 귀향객들로 한껏 소란스러웠더랬습니다.
일찍 퇴근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오후늦게 미팅이 잡혀버려서..
그걸 마치고 회사를 나오니 거의 8시가 되었더군요.
터벅터벅 가을냄새 나는 바람을 맞으며, 어둑어둑해진 거리를 지나 버스를 타러 서울역을 지나는데,
선물꾸러미를 손에 바리바리 든 사람들을 덩그라니 지켜보는 이들.
어둠과 분간이 안가는 그림자 같은 무리들.
집을 나와 서울역에 모여든 그 광장이 집인 노숙자들이었습니다.

떠나와 떠날 곳 없어 머무는 사람들. 그들이 떠나는 사람들을 배웅합니다.
왜 고향이 없고 부모형제가 없겠습니까마는
광장 한켠에 쪼르르 앉아 그저 손에 들린 보따리들을
묵묵히.. 조금은 화를 삭히면서.. 이미 체념해버린듯이.. 바라보는
그들은 이렇게 술렁대는 공기에 정말 어쩔 줄 몰라하는 듯 보였습니다.

언젠가 이제는 막힌 공간에서는 답답해서 잠시라도 앉아있을 수가 없다는
오래된 노숙자 아저씨의 얘길 들은 적 있습니다.
뭐 그 사연이야 알 길 없으나, 어쨌든 지금은 그곳이 삶터인 그들..
바람에 떠밀려 막힌 골목한켠에 쌓인 흙먼지처럼
연휴전날 서울역을 휘저으며 고향에 가야한다고 소란스럽게 야단을 피우는
그 가장자리에 어느날보다도 얌전히 앉아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