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아침에 일어나서 오빠는 출근하고 오빠의 와이프인 영희 언니와 앉아서 어떻게 연애를 해서 결혼에 이르게 되었나..에 대해 한참 얘기를 한 후 바다를 보러 가자며 집을 나섰다. 몽탁의 바다가 정말 멋지다고 하는데, 거기까지는 너무 멀어서 가지 못했다.
구름이 많이 낀 추운 날이었는데, 하얀 백사장이 끝없이 이어진 해변이었다. 갈매기들이 무수히 많았는데 굉장히 커서 히치콕의 영화 새가 생각나도록 겁이 나는 놈들이었다. 파도가 일때 물결 사이로 언뜻 보이는 바다의 색깔은 초록빛이었지만 하늘이 어두워서
전체적으로 회색 그림자가 졌다.
모래사장에서 새들이 먹고 남긴 굉장히 큰 생선 뼈를 발견했다. 주위엔 무수히 많은 새들의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있어서, 살을 차지하려는 치열한 경쟁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1미터는 되는 것 같은 생선을 비늘만 얇게 벗겨 뼈만 앙상하게 잘도 발라먹었다. 앞에 가던 노 부부 중 할아버지가 씨베쓰의 뼈라고 알려줬다. 무게도 만만치 않을 텐데, 이걸 여기까지 끌고 와서 먹었는지.. 새들의 힘이 굉장하다.
어쩌다보니 우리가 그 부부의 뒤를 따라가게 됐는데, 앞서 가면서 모래 속의 조개 이름이며 불가사리 같은 것을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어서 열심이었다. 아마 전직이 선원이나 어부가 아닐가 싶었는데, 감정 표현도 풍부해서 별거 아닌 것에도 감탄하느라 할머니는 연신 탄성을 지르며 계속 믿을 수 없다고만 한다. -.-
차로 돌아가려는데 이상한 기계를 들고 동전을 찾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탐지기 같은 기계가 계속 삐-삑- 소리를 내며 금속성의 물체를 찾는데, 추운 바다바람에 얼굴과 손이 뻘겋게 되어 이 넓디넓은 모래사장을 뒤지고 있는 할아버지를 말없이 구경하다가 뭘 찾냐고 물어봤다. 동전을 찾는 중인데 기계가 망할 놈의 병뚜껑만 잡고 있다고 불평이다.
돌아오는 길에 블루밍데일, Macy’s 등등 4개의 백화점이 함께 있는 쇼핑몰에 들렀다. 언니가 좋아한다는 BOMBAY라는 인테리어 소품 가게에 들러 이것 저것 구경했다. 고풍스러운 작은 가구들에서 소품함들.. 섬세하고 예쁜 다양한 장식품.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해두고 그 앞에 트리 장식물들을 쌓아두고 팔고 있었는데 마침 우리가 구경할 때 장식 구슬 하나가 또르르 굴러서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헉, 순간 이걸 물어줘야 하나. 주인이 봤나 주위를 살피니 우리 뒤에 할머니 손님 둘만 있었다. 그 할머니 둘이서 우릴 보더니 오오~ 난 아무것도 못봤어. 어서들 가라구. 하면서 윙크와 손짓을 한다. 할머니들의 응원에 태연하게 가게를 스윽 나올 수 있었다. -.-;
타코벨과 또다른 멕시칸 체인점에서 밥을 먹었는데 콜라를 너무 큰걸 줘서 먹어도 먹어도 줄지가 않았다. 이걸 혼자서 다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경악스러웠다. 한아름에 들러서 장을 보고 집에 와서 밥을 먹고, 유진오빠와 맥주 한잔을 하고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