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7

2002/10/25 03:09 from 분류없음

10월 25일
일하러 가야 하는 태연이가 몸이 안좋다고 쉬었다.
효진이도 늦게까지 숙제하더니.. 결국 늦잠으로 수업을 빼먹고..
계속 식탁에 앉아서 셋이 몇시간 째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갑자기 효진이가 문을 보더니 으으아~ 하고 소리를 질렀다.
젠장 안그래도 아직 링의 그림자에서 못 벗어났는데 덩달아 놀래서 보니
그릭 집주인이 우뚝 서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듯 하이 하고 인사를 하고선
무슨 문제는 없는지 물어봤다. 사실 2주 전쯤 밤에 도둑이 들었다는 얘기를 듣고
창문에 알람도 설치할 겸 그 밖에 이상이 있는지 살펴보러 온 것이었다.
우리는 여자들이 쓰는 화장실 세면대가 막힌다는 얘기를 하고, 집주인 아저씨는
도둑이 들었을 때의 상황을 더 자세히 듣고 싶어했다.

도둑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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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 들었던 날 저녁에 태연이는 방에서 자고 있었고, 효진이는 거실에서 숙제를 하고,
옴리도 자기 방에서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으며 숙제를 하고 있었다. (사실 옴리는 귀가 안좋아서
한쪽에 보청기를 끼는데, 그래서 옴리한테 말을 할 때는 조금 크게 얘기를 해야했다. 옴리랑 효진이랑
둘이 얘기를 하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저것들이 싸우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효진이는 크게 얘기를 해준다.)
효진이가 숙제를 하다가 전화가 와서 태연이를 깨우러 방으로 가는 사이에
도둑은 여자 화장실 창문을 넘어와 문이 열린 태연이 방안으로 들어갔다.

효진이가 태연이를 깨우러 방에 들어가서 '언니~'하고 불렀을 때 침대에 걸터앉아있던 도둑이 화들짝 일어나
문앞에 있는 효진이를 밀치고 다시 화장실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고,
자다가 갑자기 눈앞에서 검은 물체가 확 일어나는 걸 본 태연이가 소리를 지르고,
도둑에게 놀란 효진이가 역시 소리를 지르면서 저걸 잡아야 한다고 주위에 도둑을 때릴만한 물건을 찾았다.
태연이도 역시 무서워 하면서도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효진이랑 둘이 우왕좌왕하며 방을 뒤지는데
효진이가 손에 잡히는 대로 안마기를 들고 나가려고 하길래 '너 도둑 안마해 줄 일 있냐' 하면서 정신을 차리게 했다.
둘이 부들부들 떨면서 소리를 지르며 화장실로 갔고 그때서야 뭔가 눈치를 챈 옴리가 'WHAT~!!' 하면서 방에서 나왔다고 한다.
(옴리의 방문은 열려있었지만, 그는 노래소리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숙제를 하고 있었다.)
효진이가 옴리에게 도둑이 들었다고 하자 집안에 하나뿐인 남자.. 옴리가 자기가 먼저 살펴보겠다고 화장실앞 벽에 붙어서
'Hey!..' 하고 부르며 고개를 내밀고 화장실 안을 보니 가니까 이미 도둑은 열린 창문으로 도망간 후였다.

셋이서 진정을 하고 경찰에 신고를 하니, 경찰들이 와서 집안을 살펴보고 사건 경위와 인상착의를 물었다.
그래서 효진이가 마른 체격에 옷은 불이 꺼져있어서 잘 못 보고 cap을 썼다고 말해줬다.
얼마후 경찰에서 용의자를 잡았으니, 와서 확인해 달라고 연락이 와서 갔더니
용의자들을 세워놓고 이쪽 편에서만 보이는 창 앞에서 확인을 하고 누군지 말해달라고 했단다.
그래서 떨리는 마음으로 용의자들을 보니, 왠 뚱뚱한 남자에서 흑인 백인.. 다양한 사람들을 붙잡아 놨단다.
효진이가 말랐다고 하지 않았냐. 그리고 cap을 썼다고 했는데 저 사람들 다 어떻게 잡은 사람들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경찰이 cab이 아니고 cap이었냐면서.. 자기네는 택시타고 지나는 놈들은 다 잡아놨는데.. 라고 하더란다.
괜한 용의자들을 풀어주고 도둑은 못 잡았지만 그 이후로 태연이네는 문도 열지 않고 블라인드도 꼭꼭 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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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집주인에게 도둑이 들었던 얘기를 다 하고, 알람을 설치하러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저녁을 어디서 먹을까 맨하탄으로 나갈까 고민하다가 뉴저지에서도 유명한 이탈리안 식당이 있다길래
집 근처 tomato라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굉장히 작은 집인데 사람들이 빽빽하게 줄을 서서 기다린다.
안에서는 마늘과 각종 이탈리안 향신료의 향이 가득하고, 먹는 사람들은 느긋하고 기다리는 사람들은 진득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웨이트리스들과 손님들이 아주 잘 아는 친한 사이인 듯 스스럼없이 수다를 떨고 안부인사를 한다.
우리차례가 되어서 먼저 제공되는 마늘빵을 실컷 먹고, 크림소스 파스타, 치킨요리와 시저 샐러드를 시켰다.
샐러드에 엔쵸비가 있어서 맛봤다. 멸치젓 같았다.

먹는 중에 주방에 있던 땅딸막한 아저씨가 앞치마를 두르고 나와서 손님들과 인사를 하다가 꼬마애들한테
마술을 보여주며 장난을 친다. 처음엔 고양이 소리가 나는 장난감을 손에 숨겨 놀리더니
종이 봉투 하나를 가져와서 오른손에 들고 왼속으로 공을 공중에 던지는 시늉을 하고 봉투를 든 오른손에
가지고 있던 공을 떨어뜨려 받은 것처럼 시늉을 하여 아이들의 입을 벌어지게 한다.
아무리 어렵게 던져도 다 받아내니 신기해하며.. 사람들도 보면서 재밌게 웃는다.
뒤쪽 테이블의 할아버지 손님이 접시를 바닥에 떨어뜨려 요란한 소리가 났다.
접시 소리가 나자 순간 가게 안이 온통 조용~~해졌다. 그때 직원들이 일제히 박수와 환호성을 지르며
장난을 치자 할아버지도 덜 미안해 하고 오히려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
그 할아버지도 웃으면서 한번 더 해볼까 하며 농담을 하고 같이 앉아있던 할머니도 긴장했다가 좋아하며 활짝 웃는다.

맛있게 먹고 나와서 길 앞에서 사진을 몇 장 찍는데 어떤 아저씨가 지나가며
셋이서 머리를 맞대고 셀프사진을 찍는 걸 구경 하고 기분좋게 웃었다.
커피를 마시러 빵집에 갔다가 비가 부슬부슬 오는데 노래방에 가서 놀았다.
노래방에서 신나게 2시간 놀았는데 70불이나 나왔다.
나오니 비가 많이 오고 있었고 주차장으로 뛰어가니 차에 딱지가 붙어있었다.
shopper short time parking이란 것만 봤는데 24시간 코인을 넣어야 했던 주차장이었다.
옆에 차안에 있던 흑인 여경찰에게 물으니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딱딱하고 쌀쌀맞게 얘기한다.
이것만 아니었으면 정말 재밌게 마감할 수 있는 하루였는데...

Posted by lunatree 트랙백 0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