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2일
느즈막히 맨하탄에 나가서 Tad's steak에서 스테이크로 이른 저녁을 먹었다.
70년대부터인가.. 아무튼 굉장히 오래된 집인데 체인점이 여기저기 꽤 있었다.
가격도 저렴한데 두툼한 스테이크와 야채 샐러드를 곁들여 정말 배부르다.
주로 멕시칸들이 운영하는 가게인 듯 하다.
수업이 있는 태연이와 헤어져 저녁에 다시 만나서 집에 가기로 하고
혼자 Loews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기로 결정..
나는 지하철역에 포스터가 많이 붙어있던 8-mile을 하면 보려고 했더니
아직 개봉 전이고, 다른 영화에 대해서도 막상 극장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없었다.
한국처럼 매표소 앞에 팜플렛이 있다거나, 따로 화면을 설치해서 예고편을 보여주는 게 전혀 없어서
단지 영화 제목들을 보고 골라야 할 판이었다.
음.. 왠지 심플한 제목. 한 컷짜리 영화 스틸 사진이 있었는데 느낌이 괜찮은거 같아서 그걸로 결정했다.
분위기는 공포영화 같은데, 뭐.. 무서워봤자 엑소시스트만 하겠어 하고 들어갔다.
1층에 매표소와 로비가 있고, 표를 사고 위층으로 올라가면 여러개의 상영관이 주루룩 있는데
loews의 시스템을 따온 메가박스와 분위기까지 똑같다.
근데 지키는 직원이 한명 뿐이라서 상영관이 있는 복도 앞에서 표를 끊고 나면 자기가 표를 끊었어도
아무 영화라도 볼 수 있을 거 같고, 왠지 한편 보고 또 한편 봐도 모를 분위기였다. ^.^+
암튼, 일찌감치 들어가니 광고를 하고 있었다. 광고가 기발하면서도 재밌는 것들이 많았는데
한 직장인 남자의 셔츠와 타이 색깔만 변할 뿐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것을
비틀즈 음악을 배경으로 컷 분할을 통해 효과적으로 보여주면서 마지막에 쳇바퀴 돌듯 살아가던 그 무표정한 남자가
창밖을 보면서 동경과 환희에 차서 씨익 웃음 짓는 것으로 끝나는 뉴비틀 선전이 인상깊었는데 뉴비틀 차꽁무니도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입을 반쯤 벌린 남자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 화면으로 시작되는 광고가 있는데
그 남자가 너무너무 심심해서 정신이 나간 상태인데, 조그만 흡입호스를 가지고 아주 천천히 자기 얼굴에 뗐다 붙였다 하면서
무료함을 이겨보려는 정말 안타까우면서도 그 어이없음에 웃음을 참을 수 없는 광고가 있었는데
결국 그게 무슨 선전이었는지는 까먹었지만, 아무튼 넋이 나갈정도로 권태로운 일상에 정신이 확 드는 재미를 준다는 어떤 것에 대한 광고였다.
이어서 예고편을 보는데, 8-mile은 예고편까지 보니 ...정말 보고싶었다.
그리고 디카프리오와 탐 행크스, 그리고 스필버그가 만난 영화 'Catch Me If You Can'은
예고편만으로 정말 흥미진진한 재미를 느끼게 했다.
영화가 시작됐는데, 처음에는 ...스크림같은 분위기로.. 여고생 두명이 방에서 잡담을 하다가 무서운 얘기를 하는 것.
얘기를 하는 장면에서 알게됐다. 내가 보는 영화가 미국판 '링'이라는 것을..
젠장! 왜 The Ring 이라고 똑똑히 써있는데, 이 링이 그 링이란 것을 까맣게 몰랐던 걸까!
순간 숨막히는 후회 속에.. 일본판 링도 보지 않은 나로서는.. 미국 링이 얼마나 무섭겠어. 돈 아깝네.
아.. 다 아는 얘기를 다시 봐야 하다니. 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생각은.. 첫 희생자의 특수분장을 보는 순간 싸그리 사라졌다.
....정말 무섭다. 난 혼자 앉아서 그 영화 보다가 몸을 부르르 떨었던 것이 3번을 됐을 것이다.
젠장, 미국애들이 더럽게 무섭게 만들어놨다.
원래 일본판에는 그 죽은 아이가 양성이었던 사연이 있다는 걸로 아는데,
미국판 링에는 정말 미국적인 비극의 가족사가 얽혀서.. 말농장을 하는 여인의 이야기가 들어갔다.
바다. 등대. 말. 거울. 사다리. 의자. 절벽에서 떨어지는 여인. 파리 등등의 이미지가 나오는데,
잠들지 못하는 소녀가 바로 그 소녀이고.. 동양적인 이미지가.. 왠지 서부 개척시대의 그런 분위기가 나면서
충분히 무섭게 적용되었다. 또 동양것과 비교해서 서양의 문화와 관객 취향에 잘 맞춰서 각색한 것 같은데
나중에 두 개를 다 본다면 비교가 잘 되겠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무서워서 그럴 일은 없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