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꿈에 고등학교 동창 남자애가 나왔었다.
우리 아파트 앞에서 그 친구와 만났는데, 울고 있었다.
내가 왜 우냐고 물어봐도 속 시원히 얘기하지 않고 서럽게 울었다.
꿈을 깨고 이상한 생각에 그날 저녁에 통화를 했었는데
'글쎄.. 내가 울었다고? 별 일 없는데.' 하며 안부나 나눴다.
한달이 지나 선배의 결혼식에서 만난 그 동창이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말했다.
추석 마지막 날의 싸움이 화근이 되었다고.
아마 1년쯤에 찾아오는 권태기를 극복하지 못했던가..
술로 아픔을 잊어볼까 하여 생전 처음 필름도 끊겨보고 했다며..
참, 기분이 이상하다.
토요일 낮, 약속이 있어 급히 뛰어가다가 아파트 주차장에 비둘기가 죽어있는 걸 봤다.
통통한 배를 보이며, 두 다리를 하늘로 쭉 뻗고 날개가 찢어진 채 죽어있었다.
분명 자동차 바퀴에 치어 죽은 듯 했다.
도시에서 태어나 사는 동안 지저분하고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사람들 눈총받으며 미움받으며, 그래도 끈질기게 살았던 생명.
'비둘기는 하늘의 쥐'라는 앨범 제목까지 있고..
하긴 비둘기 일생에 사람들의 마음이 무슨 상관이었겠는가.
비둘기에겐 비둘기들의 세계가 있으니, 덜 위험한 동물이거나 때론 천적이거나 했겠지.
그래도 도시에 사는 모든 동물에겐 미안한 마음이다.
존중해주질 못해서... 다 사람들 잘못이지.